바야흐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들판의 색깔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누렇게 변하며 결실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체감지수는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형국이다. 현실경제와 미래의 수익가치를 대변하는 증시가 지리멸렬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이를 잘 말해준다. 최근들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는 급락세를 보이며 '혹한기'를 겪고 있다. 올들어 '외풍'을 잘 견뎌내며 그런대로 '선방'하던 한국증시도 힘에 부쳐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경제를 살릴 처방전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가 최대 관심사다. 대우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등 이른바 문제기업 '3인방'의 처리방향이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닉스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의 지원여부가 이번주중 확정된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번주초 출자전환을 포함한 지원안을 채권단에 제시하고 채권단 대표자회의를 통해 14일 이전까지 지원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하이닉스에 대한 3조원의 출자전환과 만기연장에 대해서는 채권은행들에서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그러나 5천억원의 신규자금지원에 대해서는 채권은행간 이해가 엇갈리고 있어 조율여부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오는 15일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시행되면 채권단의 하이닉스에 대한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에선 채권단의 75%(금액기준)가 동의할 경우 채무조정과 자금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하는 채권자는 채권단 또는 채권단이 지정하는 곳에 시가로 보유채권을 팔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채권단의 합의가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류를 타고 있는 대우차와 현대투신 처리도 눈여겨 봐야된다. 지난 7일 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를 이달 말까지 매듭짓겠다"고 밝혀 대우차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현대투신과 관련,현대증권이 AIG의 요구를 수용해 우선주 발행가격을 낮추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주 가격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현대 금융3사 매각 협상이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10일부터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을 시작으로 주요 경제부처에 대한 국정감사도 관심이다. 경제현실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어떤 생산적인 토론을 할지를 눈여겨 봐야한다. 환율도 변수다. 지난 주말 원·달러 환율이 오랜만에 1천2백90원을 돌파하면서 한달 가까이 지속되던 1천2백80원대 정체국면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 8월 실업률이 4.9%에 달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다시 1백20엔으로 떨어짐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청와대와 내각의 면모를 일신한 정부·여당이 난국타개를 위해 어떤 그림을 제시할지도 체크포인트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미국 등 해외증시가 하락세를 멈추느냐가 관심사다. 나스닥지수는 직전저점이었던 1,619(4월4일)를 지켜낼지가 '발등의 불'이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