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겨울철 난방용으로 지난 98년부터 공급해온 보일러등유 판매실적이 매년 떨어지고 있어 울상이다. '히팅 오일'로 불리는 보일러등유는 등유에 경유를 절반 정도 섞은 제품이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전체 등유에서 차지하는 보일러등유 판매비중이 시행 첫해인 98년 80%에서 99년 30%,작년 20%선으로 낮아졌다. 이는 난로용 실내등유와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어 보일러용으로 실내등유를 사용하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보일러등유와 실내등유의 가격차는 98년 말 ℓ당 50원 정도에서 지금은 15원(실내등유 5백70원,보일러등유 5백55원)으로 좁혀졌다. 보일러등유는 국내에서 모자라는 등유 수입을 줄여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남아도는 경유의 저가수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98년 8월 등유 규격이 이원화되면서 선보이게 됐다.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등유 물량보다 경유 물량이 많기 때문에 경유를 섞은 난방용 기름을 보급하면 전체 등유 수입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일러등유가 나오면서 기존의 등유는 '실내등유'로 이름을 바꿨다. SK(주) 관계자는 "보일러등유 판매부진으로 저장시설 등이 유휴화돼 생산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당초 정부의 보일러등유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판매기금(부과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ℓ당 23원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과금을 실내등유엔 30원 이상으로 높이고 보일러등유엔 없애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연간 1억달러의 국제수지 개선효과와 함께 보일러등유 소비자들도 연간 8백억원 이상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