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사업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1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비핵심 부문은 과감하게 아웃소싱하고 핵심 부문에 경영 역량을 집중 투입할 생각입니다" 두산 전략기획본부의 김규헌 부장은 아웃소싱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 그룹으로 주목받아온 두산은 아웃소싱 분야에서도 착실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사 재무등의 분야에는 헤드헌팅사나 컨설팅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조만간 마케팅부문이나 제약 판매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김부장은 귀띔했다. 아웃소싱 성공으로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태평양이다. 지속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실적 호전이 부각되면서 주가 폭등과 함께 이른바 "가치주"열풍을 선도한 기업이기도 하다. 태평양은 1997년 말 6천명에 달하던 인력을 3천4백명까지 줄이면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웃소싱 기법을 선보였다. 우선 고급비누의 1차 가공을 말레이시아 업체에 외주를 주면서 본사는 향료및 첨가제의 배합과 포장 공정만 담당,비누공장 슬림화를 단행했다. 또 과거에 자체 생산해오던 치약 튜브를 아웃소싱하면서 튜브개발 생산에 투자되는 시간과 인력을 완제품 치약의 개발 판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아웃소싱은 기업가치를 높은 일등공신"이라고 자평했다. 국내에서 기업의 핵심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조정해 분사나 아웃소싱을 유도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해외 기업들처럼 선진 경영기법으로 적극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제조 생산 물류 유통 정보 기술 등의 분야에 폭넓게 확산돼 있다. 최근 몇년간 분사형 아웃소싱을 유행시킨 삼성그룹의 삼성전기는 지난 2월 자재구매및 관리업무를 전문대행업체인 UNET에 맡겼다. 국내 대기업 풍토에서 구매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삼성전기는 그러나 이를 통해 내자재고를 거의 제로로 만들고 외자재고는 50%이상 줄여 현재 5백억원 정도의 재고물량만 갖고있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예전에는 환경변화에 떠밀려 불가피하게 아웃소싱을 채택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차입을 통한 사업다각화 전략이나 확대경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한정된 경영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려면 아웃소싱은 필연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트렌드는 경영난을 겪고있는 하이닉스와 같은 부실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하이닉스는 지난 6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경영지원 부문을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분사시켰다. 신설법인의 이름은 아스텍으로 하이닉스의 복지후생 시설및 물류 관리 등의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워크아웃중인 쌍용양회도 핵심사업인 시멘트와 레미콘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분사형 아웃소싱을 채택했다. 작년에 레저사업 부문이었던 용평리조트를 분사시킨 후 리조트 전문 투자회사인 팬 퍼시픽 리조트 인베스트먼트II 사로부터 1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합작사를 세운 것이나 페라이트 마그네트와 파인세라믹부문으로 구성된 신소재 사업 분야를 분리해 쌍용머티리얼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일훈 기자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