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은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최적의 경영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동원하는 대표적인 경영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신제품 개발속도가 워낙 빨라지고 있는데다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몸집을 최대한 가볍게 함으로써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일본은 서구업체들에 비해 많이 늦긴 했지만 지난 2~3년전부터 과감한 아웃소싱에 나서고 있다. 비싼 인건비를 피해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정도로는 격화되는 경쟁을 이겨 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니의 경우 올해초 제조공장 2곳을 미국의 EMS와 솔렉트론사에 각각 판 뒤 이 공장에서 나오는 완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NEC는 해외 자회사를 매각하는 대신 제조전문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세계 3위 PC 제조업체인 휴렛팩커드는 2위 업체인 컴팩을 2백6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통합사에 아웃소싱 사업부문을 별도로 뒀다. 사업본부장에는 현 휴렛팩커드의 서비스부문 사장이 내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으로 규모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됐지만 정보통신업종의 세계적인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델컴퓨터 루슨트테크놀로지 노키아 모토롤라 등의 첨단업체들은 R&D와 브랜드만 유지한다는 전략아래 대부분의 경영 부문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모토로라가 셀레스티카라는 제조전문 회사에 생산을 맡기고 있는가 하면 에릭슨은 아예 자체 휴대전화 생산을 중단하면서 생산시설을 플렉스트 로닉스라는 회사에 매각해 버렸다. 프랑스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은 손실 확대를 막기위해 연말까지 2만명을 감원한다는 목표 아래 업무공백을 아웃소싱으로 해소할 계획이다. 작년부터 매출 부진으로 정리해고 등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제너럴모터스 포드 폴크스바겐 등은 대부분 부품전문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보다 싸게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 등지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지난 7월에 성사된 폴크스바겐과 동양기전의 디시모터 납품계약이 대표적. 동양기전은 국내 부품업계로는 처음으로 대형 메이커에 기능성 부품을 공급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이탈리아 피아트자동차의 물류 아웃소싱이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피아트는 지난 1993년 세계적인 특송 물류 기업인 TNT와 자사의 국내외 부품 물류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피아트 내부에서 부분적으로 해온 부품 물류를 제 3자인 전문가에게 위탁함으로써 제조 부문에 더욱 사업 능력을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TNT는 메이커로부터 딜러에 이르는 전체 부품물류를 총괄 지휘하면서 부품 공급망의 효율 향상을 위해 3단계 구조조정을 개시했다. 이를 통해 피아트의 온타임 픽업률(부품을 적기에 조달하는 비율)은 1994년 평균 98%에서 2000년에는 목표 수준인 99%를 넘어 약 1백%까지 올라갔다. 또 배송품질 서비스 성과를 분석한 결과 월 평균 클레임수는 1994년 0.6건에서 2000년에 평균 0.5건으로 축소됐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