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회사 직원에게 강압적으로 현금을 요구하고 향응을 제공받은 신세계건설 직원을 징계(해직)조치하였습니다.해당직원은 공사현장 관리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협력회사에 금품을 요구 수수하였으며 수차례 음식점과 술집에서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이번 사례는 부도덕한 행위를 금하고 있는 윤리규범을 위배한 불미스런 사례로써..." 신세계가 홈페이지의 윤리경영 사이트에 지난 3월 고지한 내용이다. 신세계는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 법규준수와 자유경쟁시장 질서의 존중 협력회사와의 공존공영 임직원의 도덕성 등을 골자로 하는 윤리규범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임직원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함과 동시에 사이트에 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신세계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신입사원 교육과정에서부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가치관교육을 실시한다. 포항제철은 간담회나 교육이나 강연회를 통해 민영기업 직원이 갖춰야 할 직업윤리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LG상사는 모든 임직원들에게 입사와 동시에 윤리규범 실천지침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서약서를 작성토록 의무화했다. 동부제강은 "임직원 윤리규범"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으며 한화는 "환경경영"과 사회봉사 활동으로 적극적인 윤리경영에 나서고 있다. LG칼텍스정유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준법감시인(Corporate Compliance Officer)"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들이 사내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 윤리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비용누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경영전략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바로 "윤리경영이 경쟁력"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윤리경영은 회사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이 윤리적으로 잘못해 대외 신용도가 떨어지게 되면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고 결국은 직원들의 사기마저 떨어져 생산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명한 경영과 활발한 공익활동 등의 윤리경영에 충실한 기업들의 경우 그 회사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감이 쌓이면서 매출증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회원사 및 상장사 5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윤리경영의 필요성에 대해 "수익성"을 꼽은 기업들의 비중이 14.2%에 달했다. 2년전 조사에서의 4.4%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생존전략"이라고 응답한 기업들도 2년전의 2.4%에서 14.2%로 크게 늘어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경제계도 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경련에서 발벗고 나서 기업윤리강령을 채택한 것은 지난 80년7월.이듬해인 81년엔 "새기업 사회"를 선포했으며 96년2월엔 기업윤리헌장도 제정했다. 기존 윤리강령의 선언적 의미에서 한걸음 나아가 21세기 기업이 지향해야 할 윤리적 가치를 함축적으로 담았다. 그러다 IMF체제를 맞은 후인 99년2월 기업윤리헌장을 개정하고 전경련 산하에 기업윤리위원회(현 위원장 신현확 전 국무총리)를 신설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올들어선 지난 3월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하는 기업 모임인 "전경련 1% 클럽"이 발족됐다. 삼성 LG SK 한화 포항제철 동아제약 한국바스프 유한킴벌리 듀폰 등 1백9개사가 가입했다. 전경련의 조사결과 지난 6월말 현재 개별 기업차원에서 기업윤리헌장을 채택하고 있다는 응답이 45.2%로 5백개 기업의 절반정도가 윤리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계는 앞으로 전경련은 물론 개별 기업차원에서 윤리경영을 가속화해나갈 방침이다. 전경련도 오는 14일 30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윤리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기업윤리담당 임원협의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국제반부패회의(IACC)에도 대표단을 파견한다. IACC의 다음번 회의는 오는 2003년 서울에서 열기로 유치해놓은 상태다. 전경련 관계자는 "윤리경영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개별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윤리경영 실천에 노력하는 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