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 회장 > 지난 98년 광양제철소 제2냉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유상부 포철 회장은 홍보팀이 결재를 받기위해 올린 "경미한 설비사고"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유 회장은 그 자리에서 "경미한 설비사고"를 "폭발사고"로 고쳐주고 그대로 배포토록 했다. 당시 유 회장은 "불미스런 사고라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알려줘야 주주나 수요업체,종업원등 이해관계자들이 포철을 비뚤어지게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철의 윤리경영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아무리 회사를 위한다 해도 거짓말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조업이나 영업에서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하면 빨리 공개,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게 포철 최고경영자의 윤리경영론이다. 유 회장이 간부 사원의 중요한 덕목중 하나로 정직성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포철은 간담회나 교육,강연회를 통해 민영기업 직원이 갖춰야 할 직업윤리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최근 팀장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직업환경 변화와 직업 윤리"에 대해 간담회를 개최했고 인재개발원의 직원능력향상 교육에는 "기업윤리"라는 과목을 추가했다. "직원 윤리의식과 투명경영"이라는 주제로 사외강사 초청 강연회도 가졌다. 특히 올하반기부터는 정기적으로 거래처및 관련단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직업윤리 의식지수"측정 툴(Tool)을 개발할 계획이다. 외부에서 포철과 포철 직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포항제철의 시스템을 들여다 보면 윤리경영은 더 확연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99년 도입한 글로벌 전문경영체제(GPM). 사외이사가 다수로 구성된 이사회가 전문경영인의 독단을 방지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유 회장 자신은 연1회씩 국내외 투자가들을 찾아다니며 기업설명회를 갖는다. 포철의 다양한 공익활동도 눈여겨볼만하다. 지난 90년부터 현재까지 총27만2천여명의 포철 직원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자매마을 시설물 보수,농어촌 일손돕기등의 봉사활동은 기본이고 불우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지원등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전국의 우수 불우학생 6천1백52명에게 1백42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각종 기금출연까지 합쳐 포철은 총1조5천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포철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기업으로 평가받는 데는 이런 윤리경영도 한몫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