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안에 자리잡고 있는 창업보육센터가 지방벤처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지방 경기가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벤처 창업을 꿈꾸다가 갈 곳을 잃은 이들이 속속 창업보육센터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8월말 현재 전국 지방대학에 설립돼 있는 창업보육센터는 모두 2백6개. 지난 99년의 1백11개에 비해 2년새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올 상반기에 신설된 것만 26개에 이른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업체수만도 2천5백여개가 훨씬 넘는다. 한풀 꺾인 바깥의 벤처 열기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지방벤처의 메카 =지난 6월말 대구.경북 지역 대학 창업보육센터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선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창업보육센터의 역할 정립과 보육센터간 협조 체제 강화를 위한 각종 얘기가 오고 갔다. 이같이 요즘 지방의 창업보육센터들간에는 네트워크 형성 등 정보교류 차원에서의 모임이 자주 열린다. 맥빠진 지방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방벤처들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자는 공감대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처붐은 주춤하고 있지만 이들 창업 보육센터에 들어오려는 업체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대학교 창업보육센터의 정해수 실장은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업체가 줄을 잇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최소한 3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며 "입주희망 업체가 많은 만큼 신중한 선별을 거쳐 대상 업체를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공대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 창업보육센터 박현수 과장은 "코스닥이 침체되고 자금줄이 말라 벤처들이 어렵다는데 창업보육센터 내에선 그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입주를 문의하는 이들이 많지만 공간이 부족해 받아주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을 살린 산업의 특화를 위해 지방대학에서 그 분야의 "붐"을 조성하고 있는 예도 많다. 부산 동의대는 영상쪽 멀티미디어 관련 업체를, 부산 경성대는 영화산업 관련 업체를 집중 육성해 지역의 영상 산업 발전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강원도의 한림대는 바이오 벤처들이 입주해 있다. "빛고을" 광주의 광주과학기술원에는 한국 광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겠다는 광주시의 의지와 맞물려 광통신, 광소재 업체들이 연구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왜 몰리나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은 갖고 있으나 경기 사정이 어려워 "종잣돈"이 부족한 이들이 창업보육센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비해 건물 임대료가 절반정도로 저렴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청을 통해 정부지원이나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항공대의 경우 포스코에서 전액 출자해 설립된 포스텍기술투자라는 자체 벤처캐피털을 가지고 있어 입주업체들은 돈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 또 "보육닥터제"를 통해 교수 자문단들로부터 경영상의 노하우에 대해 컨설팅 받을 수 있고 입주업체들끼리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정보에 대한 갈증도 해갈할 수 있다. 산.학.연 컨소시엄이 이뤄지는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창업보육센터는 홍보와 실질적인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우수학생 유치에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대학으로선 대학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업체들의 매출의 일정부분이 입주 학교에 기부하도록 돼 있는 경우도 있어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부산대 등 일부 대학은 입주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총 주식의 1%를 대학에 내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이같은 대학과 입주업체들간의 "윈윈"정책은 창업보육센터가 활성화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부산대에 입주해 있던 세라믹 소재업체인 나노텍은 얼마전 보육기간을 마치고 센터를 졸업하면서 녹산공단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정부로부터 우수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던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액을 5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처럼 창업보육센터에서의 준비기간을 발판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는 반면 2년 남짓한 보육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그대로 문을 닫는 업체도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졸업 이후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포스트(post) BI"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졸업한 벤처들의 지방 이탈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보육센터 실무자는 "센터에서 졸업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서울로 가버리는 업체들이 많다"며 "그러면 잘 키운 보람도 못느끼게 된다"며 허탈해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에서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방대 보육센터를 지역 중소기업 지원의 핵심 거점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등 외부에서의 "응원"은 끊이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밤낮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벤처인들이 있는 한 이들 보육센터가 지방벤처의 "배?胚胎)"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김미리.이정호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