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신규지원 불참의사로 표류조짐을 보이던 하이닉스반도체 회생방안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하이닉스 재정주간사인 SSB가 3일 열린 채권단 회의에서 하이닉스 지원의 정당성을 공식 제의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이날 일부 은행의 의견을 반영, 5천억원의 신규 자금지원을 포함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이 SSB의 적극적인 개입을 전제로한 "조건부 참여"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SSB는 이날 회의에서 하이닉스가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오는 5,6일께 열릴 채권은행 대표회의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규자금 지원 강구 =외환은행과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3일 오후 채권은행들에 신규 자금지원을 포함한 새로운 지원책을 설명했다. 골자는 채권은행 공동으로 5천억원의 시설자금을 지원해 내년 시설투자액을 당초 7천5백억원에서 1조2천억원 이상으로 늘리는 것.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일부 채권은행과 하이닉스측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외환은행은 또 3조원의 출자전환중 원래 주식으로 바꾸기로 했던 1조원도 일반 유상증자 물량에 따라 CB(전환사채)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출자전환으로 주식물량이 크게 늘어 기존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아이디어다. 산은의 거듭된 입장표명 =정건용 산은총재는 이날 "하이닉스 지원에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센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신규 지원에 참여할 순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은의 불참의사는 미국의 통상압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를 의식, 정 총재는 제3의 기관이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지원의 타당성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날 회의에 제출된 SSB의 공식입장은 산은의 지원동참에 적지않은 정당성을 부여해줄 것으로 채권단은 기대하고 있다. 채권단 합의은 여전히 미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지원방안이 채권은행간 합의를 이끌어 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통상압력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하는 산은의 입장을 감안할 때 지원에 동참할 것을 결정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입장에 놓여 있는 미국계 금융회사인 SSB가 채무조정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산은의 거듭된 입장 표명을 고려할 때 하이닉스의 지원안이 통과될 여지도 전혀 없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