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David)와 조셉(Joseph)은 지금 출장중인데요" 서울 역삼동에 있는 테크시스템(대표 김대훈)의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이 회사가 외국 기업이라고 믿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분명 한국 법인이다. 실시간 빌링 솔루션을 개발하는 테크시스템은 직원 모두가 영어 이름을 갖고 있으며 한국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다. 직책도 부르지 않는다. 평사원이 사장을 부를 때도 그냥 '데이비드'이다.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테크시스템은 김대훈 사장이 지난 99년 홍콩에서 설립한 TST의 한국 지사 형태로 출발했기 때문. 지금은 별개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만 마케팅 등은 홍콩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홍콩의 TST와 업무협조를 할 때 '김관욱'이나 '이현직' 같은 한국 이름은 외국인이 외워 부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업무 편의를 위해 영어 이름을 쓰게 됐다. 회사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새로 입사한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엔 영어이름 사용을 두고 찬반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계속 사용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영어이름 사용은 해외 비즈니스에 유리한 것은 물론 권위주의적인 기업문화를 파괴하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 테크시스템 직원들은 협력업체로부터 모두 영화배우 아니냐는 농담도 듣는다. '샤론(스톤)''브레드(피트)''로버트(드 니로)''스티브(매퀸)' 등의 이름을 갖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박현주씨는 "처음에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직장 상사들과 가족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부드럽다 보니 일의 능률이 올라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02)554-5960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