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고급 소비시장을 대표하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출입구 쇼윈도에 진열된 1백만원이 넘는 루이뷔통 핸드백이 한국 소비시장 1번지임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 매장에 들어서면 페라가모 까르띠에 불가리 프라다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 점포들이 매장의 네 벽에 줄지어 들어서 있다. 50여개 명품 브랜드의 지난 7월 판매액이 1백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같은달(88억원)에 비해 14.8% 늘어난 액수(1백1억원)다. 이달 들어선 매출이 줄었지만 휴가 기간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호조'라고 백화점측은 전한다. 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7월 19.4%에서 올 7월엔 21.6%로 높아졌다. 이처럼 압구정동 백화점에서는 아직 불황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침체의 해방구'인 셈이다. 소득 상위 20%의 소비경기로 경제가 버틴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20여개의 명품 브랜드가 몰려있는 1층에서 가장 넓은 매장(60여평)을 차지하고 있는 루이뷔통 매장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가 수입품을 사려는 고객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특구(經濟特區) 강남'의 고가품 소비열기는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더욱 뚜렷하다. 1백50여개 명품 브랜드가 1∼4층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곳은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0%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의 비수기인 8월에도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2%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수입 명품 브랜드가 없는 일반 백화점의 '객단가(매출액을 상품 구입 고객수로 나눈 것)'가 7만원인데 비해 갤러리아 명품관은 객단가가 지난해 27만원에서 올해는 10% 이상 늘어난 30만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강남보다는 소득이 낮은 분당이나 일산신도시 백화점들의 고가품 매출 양상은 조금 다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중상위 소득계층이 밀집한 신도시 점포의 경우 최근들어 수입 고가품은 품목에 따라선 작년보다 마이너스"라고 전했다. 강북 동대문 재래시장의 상황은 딴판이다. 고가 수입품 소비로 돈이 넘치는 강남 명품 매장과 달리 깊게 팬 '불황의 골'을 거울처럼 보여 주는 재래시장 경기는 경기침체속에서 심화되고 있는 소비 양극화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동대문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윤철(34)씨는 "올 상반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불황이 극에 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물건을 '떼러' 올라오는 전세버스가 한창 때의 절반 이하로까지 급감했다. 남대문 쇼핑몰 메사는 지방상인을 실어나르는 버스를 매일 5대씩 운행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한 버스에 10여명밖에 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밀리오레의 유종환 사장은 "전반적인 경기부진에 올해 초 있었던 분양사기사건 여파가 더해지면서 현재 재래시장 경기는 최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