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의 돼지가 한해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귀하신 몸의 주인공 돼지는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에서 자라고 있는 사람의 조혈(造血)촉진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32마리의 돼지들이다. 축산기술연구소는 지난해 사람의 조혈 촉진 유전자를 돼지의 수정란에 주입해 탄생시킨 수퇘지 '새롬이'의 정자를 통해 태어난 32마리의 돼지 중 암퇘지 18마리에서 고가의 의약품 소재인 '에리트로포에틴(EPO erythropoietin)'이 추출됐다고 30일밝혔다. 조혈촉진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14마리의 수퇘지는 다른 암퇘지와의 교배를 통해 조혈촉진 유전자를 보유한 또 다른 새끼 돼지들을 생산할 수 있다. EPO는 신장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조혈호르몬으로 적혈구의 형성을 조절하며 신장에 장해가 발생할 경우 합성이 중단돼 빈혈현상이 일어난다. 1g의 가격이 84만달러에 달하는 EPO는 혈전증, 백혈병, 혈우병 치료제나 에이즈와 암 치료의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연간 28억달러 어치가 사용되고 있다. 축산기술연구소가 키우고 있는 암퇘지의 젖 1㎖에서 추출할 수 있는 EPO의 양은최고 5만8천600IU(International Unit)로 이는 1회 투여량이 3000IU인 빈혈환자 10명 이상에게 투여할 수 있는 양이다. 일반적으로 암퇘지 한마리는 한해 평균 200∼400㎏의 젖을 생산하는데 연간 100㎏만을 채유해 EPO를 추출한다고 해도 암퇘지 한마리가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은 100억원 이상이라고 축산기술연구소는 밝혔다. 특히 이들 암퇘지가 낳는 새끼 돼지들에게서도 EPO의 추출이 가능할 전망이어서 암퇘지 한마리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전망이다. 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박사는 "새롬이의 정자를 통해 태어난 새끼 돼지에게 조혈촉진유전자가 얼마만큼 전달되는가가 관건이었다"며 "다행히 새롬이의 후대 유전자 전달률은 1세대가 18%, 2세대가 25.6%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축산기술연구소는 세계에서 유일한 조혈촉진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새롬이에 대해 이미 국제특허를 출원했으며 ㈜SK케미칼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돼지 젖에서 EPO를 분리해 상품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신영근기자 drop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