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康奉均)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30일 21세기경영인클럽 초청 조찬강연에서 우리경제에 대한 해법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강 원장은 강연 서두에서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 강연원고를 준비하지 않았다"면서 작심한 듯 경제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만큼 적시에 단기 경기대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때보다 어려운 상황" 강 원장은 우리경제를 '3년반 전 외환위기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미국경제는 좋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70년대 중반 1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 겪는 지구촌 성격의 불황이 엄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경제는 4분기 회복 낙관론에 대한 회의가 점차 커져가고 있고 일본경제는향후 2∼3년내 회복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달과 이달 산업생산과 설비투자,수출 상황으로 봐서 3분기에는 2분기의 2.7%보다 분명히 성장률이 낮을 것이며 4분기 국내 경기회복론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있다고 내다봤다. ▲단기 경기대책 실기해선 안돼 강 원장은 따라서 단기 경기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구조조정은 5년 이상의 중장기정책인 만큼 이 기간 경기가 과열,침체 등 순환을겪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 경기대책과는 양자택일적 성격이 아니라 병행가능하다는소신을 피력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2%내 경기부양은 통합재정수지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단기 경기대책으로 우선 추경예산 편성과 주택건설을 들었다. 5조원의 추경예산은 GDP 0.9%포인트,2조원을 투입한 5만가구 임대주택 건설은 0.34%포인트 가량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원이 그대로 노출되는 봉급생활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려주면 민간소비 진작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감세로 인한 여력을 소비보다 저축으로 돌릴 경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금리인하도 경기부양과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콜금리를 1%포인트 내리면 회사채 금리는 0.7%포인트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단기 부동자금이 중장기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노사정이 합심해야 강 원장은 구조조정이 정부의 추진력만으로 이뤄지는 시대는 지나갔고 경영자와근로자,정치권 등 각 경제주체의 노력이 집약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권에는 부실 현안기업의 헐값매각 시비 등 시장을 무시하는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구조조정에는 공적자금 등 비용부담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치권이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정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거나 불투명한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국영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