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주5일 근무제는 엄격히 말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와는 차이가 있다. 정부안은 연월차휴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주5일 근무를 하는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LG전자의 주5일 근무제는 토요휴무 만큼 연월차 휴가를 까나가는 방식이다. 정부안대로라면 기업의 인건부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만 LG전자의 주5일 근무제는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라는 정부의 "압박"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없다는 현실 사이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LG 외의 다른 기업들도 정부가 주장하는 방식의 주5일 근무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이 방식의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주5일 근무는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 납품업체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주5일 근무제는 빠르게 확산된 가능성이 크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업무량도 감소,조기 도입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어차피 주5일 근무제가 대세인 만큼 한 발 앞서 실시함으로써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하고 노동단체들로부터도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부수효과도 노리고 있다. LG는 이달초 연월차 휴가와 연계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키로 원칙적인 방향을 정한 뒤 노경(勞經)팀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작성,계열사 인사담당 임원회의를 거쳐 전격 실시키로 결정했다. LG전자는 우선 연월차 휴가를 통합해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연월차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근무경력이 적어 잔여연차가 없는 경우에도 토요휴무를 실시키로 했다. 또 토요일 근무는 평일의 2분의 1일로 계산하기 때문에 입사 5년차 직원까지는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할 경우 실제 근무시간이 줄어들게 되지만 이를 평일 연장근무로 대체하지는 않기로 했다. 여직원의 경우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처리키로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나 노동및 여성단체의 반발이 우려돼 노조와 입장을 조율중이다. 공장도 인력에 여유가 있는데다 경기침체기여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 회사는 강조했다. LG는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적지않은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입사 10년차의 직원의 경우 평균 지급되는 연월차 수당이 1백만원이 넘어 사실상 1개월치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간 3백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함으로써 이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차량유지비와 전기료 사무실 유지 등 간접비도 줄어들어 연간 5백억원 안팎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다만 시행 초기 근로시간 감소와 각종 휴가 및 연봉 등과 연계한 합리적인 근무원칙 등이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G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격주휴무제와 자율복장제 등을 대기업중 가장 빨리 도입하는 등 선진 기업문화의 수용에 관심이 높은 LG 최고 경영자층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