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비교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제정함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비교광고 시대가 열리게 됐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여러 회사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 비교할 수 있게 돼 합리적인 구매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경쟁 기업을 깎아내릴 목적으로 이를 악용한다거나 객관성이 떨어지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과장 광고하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 어디까지 허용되나 =경쟁 기업의 상호나 상표, 구체적인 상품명을 명시해 비교할 수 있다. 또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을 강조해 경쟁 기업과 비교하는 광고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른 회사에 비해 통화 품질은 떨어지지만 요금이 저렴한 이동통신회사는 요금만 부각시켜 '01X 이동통신은 01Y 이동통신보다 한달 이용요금이 OO원이나 쌉니다'라는 식으로 광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비교광고에서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은 있다. 우선 비교 대상과 기준이 동일해야 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A자동차회사가 자사의 수동변속기 차량과 타사의 자동변속기 차량을 비교해 자사 제품의 연비가 뛰어나다고 광고한다면 이는 부당 광고에 해당한다. 또 시장점유율이나 소비자 인지도 등에서 경쟁 상대가 안되는 영세 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자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소비자를 오인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지된다. 각종 통계자료나 조사 결과의 단편적인 부분만 추출해 자사에 유리하게 왜곡하는 것도 부당 광고행위로 간주된다. 비교 사항이 성능이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데도 마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것도 부당 광고로 분류된다. 예컨대 맥주 맛과 관계가 없는데도 비열처리 맥주가 열처리 맥주보다 낫다고 광고하는 것은 부당 광고행위라는 것. ◇ 소비자 선택권 넓어져 =비교광고가 활성화되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다. 우선 손쉽게 회사별 상품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돼 과거처럼 어느 회사 제품이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또 기업마다 나름의 장점을 내세워 광고하는 만큼 소비자들도 각자에게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A이동통신업체는 이용요금이 저렴하고 B업체는 전국 어디에서든 통화가 잘된다면 거주지가 한정된 가정주부들은 A업체를 선택할 것이고 전국을 뛰어다니는 영업사원은 B업체를 고를 것이다. 이밖에 비교광고는 기업들로 하여금 다른 회사보다 떨어지는 부분을 즉각 개선하도록 하는 채찍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문제는 없나 =비교광고가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기보다 경쟁 기업의 단점을 부각시키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공정위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비교와 비방을 구분할 정도의 의식수준은 갖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음료 이동통신 등 경쟁이 치열한 일부 업종에서는 서로를 비난하는 소모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진로와 두산은 비교광고가 아니었음에도 '산'소주 광고를 놓고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달은 전례가 있다. 미국에서도 비방 광고와 관련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적법한 비교광고와 부당한 비방광고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다"며 "일부 업종에서 비교광고를 가장한 비방광고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