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이미 국제금융기관들로부터 경쟁력을 검증받았다. 지금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때다"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채권금융기관들에 신속한 지원을 촉구하고 "부채를 만기연장해 주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을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일부 금융기관들이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믿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하이닉스가 무너지면 한국의 반도체산업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 사장은 지난 27일 오후 고려대학교에서 산업정보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하이닉스의 역사와 현황' 강의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나 하이닉스를 둘러싼 각종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하이닉스에 자금을 지원해도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지난 5월 해외 투자자들이 이천공장 등을 방문해 기술수준 생산성 등을 확인한 뒤 DR(주식예탁증서)에 투자했다. 당시보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져 자금에 문제가 생겼을 뿐이지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경쟁력과 지원은 닭과 달걀의 관계다. 경쟁력 없는 업체를 지원할 수는 없지만 제때 지원하지 않으면 경쟁력 있는 업체도 버틸 수 없다. 다른 업체들도 손실을 보고 제품을 팔기는 마찬가지다" -경쟁력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지표가 있나. "64메가D램의 제조 원가를 기준으로 한 경쟁력은 세계 4대 업체 중 삼성전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마이크론이나 인피니언보다는 우위에 있다. 지난해 제조 원가를 42% 낮췄고 올해 다시 50% 가량 끌어내렸다. 자금을 많이 투입하지 않고 주로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채권단이 종합적인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부채 상환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이닉스를 살리겠다면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만 한다. 5천억원 정도의 신규 자금을 투자용으로 별도 확보하는 방안을 채권단과 협의하고 있다" -투신사들이 지원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 회사채 매입 등 과거의 경험이 나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불과 수개월 전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회사다. 그런 회사가 얼마나 있나. 정리 대상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건설 등 여타 업종의 경쟁력 없는 부실 기업과는 사정이 다르다. 산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만 갖고는 안된다. 부품 소재 장비 등 반도체 관련업체들이 영향을 받으면 삼성전자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채권단이 판단해서 할 문제이지 한국 정부에 할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 내에서도 반도체를 구매하는 회사들은 입장이 다를 것이다" -소시에떼제네랄 등 일부 해외 은행들이 중도 상환을 요구했는데. "내달중 발효되는 구조조정촉진법이 적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계열 분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정부 발표가 난 뒤 갑작스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내 영업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중도 상환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등 분사한 회사들 의 매각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LCD는 대만의 캔두사가 단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9월초에 본계약을 맺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금유입 규모는 4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다. 미국 현지법인인 맥스터 지분은 공개시장에서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에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 대금은 1억5천만달러에서 2억달러 정도로 본다. 휴대폰과 오토넷은 여러 외국 기업과 협상중이며 연말께는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보너스 등을 반납한 지 오래다. 임원들은 월급의 일부를 떼내 회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노동조합도 있는 만큼 소리를 내면서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