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코오롱의 해도형(海島型) 장섬유 극세사 '로젤(ROJEL)'이나 나일론 필름,효성의 타이어코드지나 스판덱스 같은 품목만 몇개 더 있어도 걱정이 없겠다" 섬유산업연합회 김인철 실장의 얘기다. 로젤 타이어코드지 등은 고부가가치 섬유제품 중에서는 드물게 한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품목. 김 실장은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내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서둘러 개발해 세계시장을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올 상반기에 세계 섬유시장의 5.5%를 차지해 중국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4위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가격경쟁력을 좌우하는 인건비는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10배에 달한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섬유업체들이 그동안 설비자동화를 많이 했다고 하나 생산성은 일본의 50∼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화의 핵심 경쟁요소인 기술 및 디자인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가격경쟁력 약화와 기업들의 무분별한 설비확장이 겹쳐 거의 모든 품목의 공급이 넘쳐나 섬유업체들은 만성적인 경영난을 겪고있다. 화섬업체 14개중 6개 회사, 면방업체 19개중 9개 회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을 정도다. 섬유업계와 정부는 사양길로 접어든 섬유산업을 다시 주력산업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용 초극세사 와이퍼와 환경산업용 고성능 필터 등 산업용 특수섬유를 중점 육성하고 의류용 소재도 차세대 복합소재와 고기능소재 등 차별화된 섬유를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제살깎아먹기식 출혈 수출을 자제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비중을 낮추고 대신 기획제안형 또는 자가상표 수출을 80%로 높여 수출구조를 고도화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장기적으론 섬유소재와 염색 디자인 등의 기술수준도 선진국의 90%로 끌어올려 세계 3위의 섬유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