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에서도 "경기순환은 사라진 게 아니라 과거와 다른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이는 'the coming internet depression'의 저자 만델(Mandel)의 이야기다. 경기호황을 이끌던 '기술혁신의 폭풍이 잠들면' 첨단기술부터 경기둔화가 시작돼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불황을 견인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경기주기와 기술주기의 동조화를 강조하는 그의 설명은 어쨌든 작금의 세계적 경기하강의 진원지가 정보기술(IT)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수긍이 간다. 문제는 '기술혁신의 폭풍이 잠들면'이란 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느냐이다. 잠자던 기술혁신이 벤처자본에 본격 노출돼 호황이 왔지만 기회가 줄거나 투자여력이 없어지고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본이 빠져나가 그렇다는 것이 만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술주기의 본질에 다가서기엔 다소 현상적이거나 기껏해야 반쪽만을 본 것일 수 있다. 기술이 어느 시점부터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식으로 나간다고 해 보자.언제든 수요측면에서 '학습적 갭' 내지 '시차'에 직면할 위험성은 존재한다. 경쟁을 의식한 기업이 새로운 기술적 버전업을 쏟아내도 미처 쫓아가지 못했거나 전환비용이나 학습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없는 수요층을 우리는 쉽게 발견한다. IT의 수확체증과 네트워크 효과 등을 말하지만 일정 시점을 넘어 기존 수요자층의 디바이드(divide)가 반복되면 결국 수요침체를 몰고 올 것이고 쫓아가지 못하는 쪽의 비중이 커지면 침체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기술의 공급(technology push)'과 '수요견인(market pull)'이 자연스레 반복되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 기술의 자가적 발전이 수요견인을 한참이나 기다려야 한다면 기술도 금융에서처럼 일종의 '유동성 함정'에 빠진 꼴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치침체의 진원지이자 경기회복의 선결조건이기도 한 IT 부문이 살아나려면 수요측면에서 보다 구조적인 조정,즉 주머니 사정만이 아니라 학습적 갭이나 제도 내지 시차의 조정이 분명히 필요할 수 있다. 이것은 기업은 공급(push)측면보다 현재의 수요든,잠재된 수요든 수요견인형(pull) 기술에 역점을 두고 정부는 '최초의' 상업적 돌파를 의미할뿐인 기술혁신에서 눈을 돌려 기술확산의 구조적 장벽 혁파에 주목할 시기임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