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자국 정부와 의회를 총동원해 "하이닉스반도체 죽이기"에 본격 나섰다. 이에따라 세계 D램 반도체업계 2위와 3위인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반도체 사이에 사활을 건 생존게임에 불이 붙었다. 두 회사 모두 반도체가격 급락으로 상반기중 대규모의 손실을 본데다 D램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유사해 한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간의 승부는 침체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양국 정부도 초조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기업간의 대결이 양국간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돈 에번스 상무장관과 폴 오닐 재무장관이 각각 한국 정부에 대해 강력한 항의서한을 보낸 배후에는 마이크론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또 의회를 통해서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숀 마호니 대변인은 이같은 사항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언론에 내놓고 말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또 하이닉스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업계에 흘리며 하이닉스를 몰아붙이고 있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맹공격하는 것은 사업분야가 가장 많이 겹쳐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경쟁상대기 때문이다. D램 시장의 4대 메이저인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 인피니언 가운데 이들 두 회사가 D램에 대한 의존도가 각각 75%이상으로 특히 높다. 또한 두 회사 모두 최근 가장 큰 한파를 겪고 있는 PC시장을 주요 수요처로 삼고 있다보니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뿐만아니라 마이크론은 지난92년 불황때에도 지금 하이닉스로 합쳐진 당시 현대전자와 LG반도체를 반덤핑혐의로 제소,지난해까지 하이닉스를 괴롭혔던 전력이 있다. 특히 하이닉스가 지난 상반기 중 2조8백69억원(약 16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메이저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고 총 공세를 퍼붓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4대 D램 메이저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3개사가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서로 다른 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생존게임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마이크론도 지난 5월까지 6개월 동안 4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뒤 4억5천만달러를 금융시장에서 조달,'전쟁자금'을 비축했다. 미국계인 모건스탠리증권도 지난 96년부터 98년 하반기까지 지속된 반도체 불황기에는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마쓰시타가 D램 사업을 포기했고 LG와 현대의 반도체부문 통합이 이루어지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며 하이닉스를 겨냥했다. 이처럼 마이크론측이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대해 국내 금융기관내에서는 '어차피 하이닉스 지원을 시작한 만큼 끝까지 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일부에서는 부담이 너무 큰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어 적전분열이 우려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