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는 창피해서 고개도 못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힘이 납니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지 않습니까.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어 다시는 회사가 기우뚱거리는 일이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LNG생산부 권현덕 기정)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에 위치한 대우조선. 이날로 2년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이 회사 공장 곳곳에는 조선 자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3년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 회사 직원들의 얼굴에는 의욕이 넘쳐 흘렀다. 선장철의 설계팀 이인기 대리는 "우리만큼 흑자내는 기업이 있습니까. 기술력이 최고인 만큼 최소한 10년은 넉넉합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1백30만평에 달하는 공장에는 활력과 함께 '한번 더 뛰자'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우조선의 활기는 쉽게 찾아진 것은 아니었다. 대우 그룹의 몰락과 함께 빚더미에 올라 앉았을 때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도 몰랐다. 직원들의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졌고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이유로 입찰 참가조차 못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였던가요. 영국의 석유회사인 BP사가 초대형 유조선(VLCC)을 발주할 때였습니다. 대우조선을 1위로 뽑아 이사회에 올렸더라구요. 우린 수주가 확정적인 것으로 알고 샴페인을 터뜨릴 참이었죠. 그런데 이사회가 대우조선은 워크아웃 업체라며 믿을 수 없다고 탈락시켜버리지 뭡니까. 부실기업이란 멍에가 그렇게 무거울줄 몰랐습니다" 이인성 영업본부장(전무)은 "2년이 20년 같았다"고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그 뒤 회사 분위기는 돌변했다. 노사는 살아남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자재의 전산구매와 입찰 등을 실시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동안 6백66억원을 절감했고 LNG선 장비는 국산화하거나 재활용해 4백25억원을 아꼈다. 대리급 이상들은 월급을 동결,또는 반납했다. 노조는 2년동안 노사분규를 자제했다. 영업부서는 입찰에 참가하면 반드시 따낸다는 각오로 임했다. 이같은 부단한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중 30척,25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6월 말 현재 수주잔량은 1백2척,7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내년에는 LNG선 8척 수주가 예정돼 있다. 경상이익은 올 상반기에 1천5백32억원,연말에는 2천3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에는 경상이익이 3천억원,당기순이익이 2천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생산혁신팀 이대형 과장 부인 윤석옥(40)씨는 "남편이 매일 밤 회사 걱정으로 힘들어 해 너무 속상했다"며 "회사가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고 생기를 되찾으니 직원들과 회사측에 너무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성립 사장은 "워크아웃 졸업은 직원들이 흘린 땀방울의 대가"라며 "올해를 제2의 원년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거제=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