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었던 부실 대기업 처리가 23일 현대투신증권이 AIG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대투신 등 현대 금융3사가 AIG측에 매각된데 이어 한국경제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는 대우자동차도 이달중 어떤 형태로든 매각 협상의 윤곽이 드러날 조짐이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출자전환이 추진돼 이달중 매듭을 짓고 내달중에는 서울은행의 매각작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현대건설 지원방안은 확정된 상태이며 쌍용도 이달중으로 최종 지원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여 이달말이 부실대기업처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달말을 고비로 출자전환과 매각을 통한 부실기업 처리가 일단락 되더라도 '헐값매각' 시비 등 부작용도 나타날 것으로 보여 처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우자동차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우자동차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이달중 매듭짓도록 독려하겠다고 누차 밝혔다. GM측이 대우차 부평공장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위탁경영을 하거나 공기업화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측은 최근 "협상테이블은 열려 있다"고 밝혀 협상에 유연한 입장이나 우리측에서는 협상을 재촉하는 듯한 발언이 잇따라 나와 아직까지 협상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중임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주중 산업은행 등 대우차 채권단은 회의를 열어 그간 협상성과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차 매각은 그간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완결이라는 점에서 성사될 경우 국가신인도 제고 등 긍정적 영향은 크지만 결렬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그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반도체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하이닉스 반도체는 출자전환과 채무만기연장을 통해 정상화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현금흐름이 개선되는데다 재무구조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또 하반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리스채의 만기연장을 통해 유동성을 더욱 보강할 수 있다. 채권단은 결국 반도체가격 급락이라는 외부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생존플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같은 방안을 완결하는데는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 투신권은 최근 대우채 손해배상판결로 문제기업의 지원을 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투신권이 보유한 회사채의 만기연장방안은 꽤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출자전환의 경우 주총 의결사항이어서 해외투자자의 동의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채권단은 시가출자전환. 1조원 전환사채 자본전입 등을 통해 채권단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현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울은행.대한생명 공적자금이 투입돼 사실상 정부 소유인 서울은행은 매각 시한이 내달로 다가와 있다. 서울은행은 도이체방크의 자회사인 'DB캐피털 파트너스'가 인수 의향서를 내놓은 상태다. DB캐피털 파트너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정부는 내달중 DB파트너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DB캐피털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서울은행의 지분에 참여하는 것을 원치않고 지분의 50% 이상 참여와 경영권을 인수해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은 최근 진척 속도를 내고 있으며 가시적 성과가 곧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생명의 경우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가 연말까지 매각을 목표로 인수 후보자 물색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인수후보로 국내에서 일본 오릭스와 컨소시엄을 계획중인 한화그룹, 해외에서는 메트라이프생명, AIG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1조5천억원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과 자회사인 신동아화재를 분리매각한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매각 작업에 가속화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정윤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