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정책과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와 내년의 재정 흑자분을 거의 탕진한 것으로 밝혀져 이를 둘러싼 여야의 정치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22일 올 회계연도의 재정 흑자가 지난 4월 전망치보다 1천230억달러 감소한 1천58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의 2천369억달러에 이어 미국 재정 사상 두 번째로 많은 흑자이지만 사회보장제도 잉여금을 제외하면 남는 돈은 10억달러에 불과하다. 오는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2002 회계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전체 재정 흑자는 1천730억달러로 지난 4월 전망치보다 580억달러가 줄어들고 그나마 사회보장제도부분을 빼면 남는 돈은 10억달러 정도가 고작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야심찬 10년간 1조3천500억달러 감세 계획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이 공세의 고삐를 한층 조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민주, 웨스트 버지니아)은 "부시 행정부보다 더 무책임한 행동은 본 적이 없다"며 "그것은 엉터리 전망을 토대로 한 세금 감면이었다"고 맹공을 퍼붓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측은 경기 후퇴에도 불구하고 세금 감면이나 정부지출을 감당할 돈은 충분하다며 반론을 펴고 있으며 OMB도 내년에는 감세 등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이 다시 높아지고 재정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OMB는 그러나 더 이상의 감세나 지출은 다른 지출을 삭감하거나 다른 세금을 늘려야만 가능하다며 예산 팽창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편 OMB는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주로 저소득층 소득세와 법인세 등에서 10년간 1천480억달러의 세수 감소가 발생하겠지만 2005년부터는 경기가 회복돼 10년간의총 흑자 규모는 740억달러 정도 증액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향후 10년간의 흑자 예상액 3조1천억달러 가운데 2조5천억달러는 사회보장제도 잉여분으로 정부 지출과 감세에 투입될 여유분은 지난 4월 전망치 8천500억달러에서 5천750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추정됐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