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와 낮은 실업률에 힘입어 소비는 견조한 증가세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상반기중 2백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나마 유지한 것도 이같은 소비지출 덕이다. 때문에 정부도 정책의 촛점을 소비와 서비스업을 육성해 제조부문의 위축을 만회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주5일제 근무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먹고 놀고 마시는" 비생산적인 소비 증가세가 과연 지속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않다. 제조부문의 생산성 증가 없이 소비로 지탱하는 경제는 결국 거품을 만들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후유증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소비는 활황=2.4분기 소비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9%였다. 작년(7.1%)보다 증가율은 떨어졌지만 주요 실물경제 지표들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칠 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2.4분기 설비투자가 10.8%나 줄었고 제조업 성장은 2.2%에 그쳤으며 수출(물량기준)은 0.2% 증가에 그치는 등 경제펀더멘털이 극도로 취약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증가는 눈에 띠는 현상이다. 이는 초 저금리로 저축에 대한 메리트가 줄어든데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용불안이 아직 현재화되지 않고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업률은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외환위기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대이다. 민간소비의 GDP에 대한 기여율은 2.4분기 54.3%(전분기 12.7%)여서 소비가 늘지 않았다면 2.7%의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뻔했다. 정부는 서비스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건설경기 부양,세금감면 등으로 민간 소비를 부추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질나쁜 소비=2.4분기 품목별 소비증가율을 보면 놀고 먹고 마시는 산업의 호황이 두드러진다. 오락서비스의 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21.9%(전분기 13.1%)로 가장 높았다. 경마장 경륜장 스포츠관람 골프장 스키장 등의 성장세를 뜻한다. 관련업체들이 실적공개를 꺼리는 카지노 마권 복권 등 "도박성 오락"의 성장률은 이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술소비 증가율은 전분기 3.0%에서 두자리수(12.2%)로 커졌다. 담배소비도 늘어(-6.4%4.4%) 경기위축과 술 담배 소비증가의 연관성도 보여줬다. 외식비 지출(음식업)도 9.1%(전분기 6.8%) 늘어나 결국 먹고 즐기는 산업만 호황을 구가했다는 얘기다. 물론 자동차(11.8%) 가전제품(15.2%) 등의 내구재 소비가 전분기 감소세에서 두자리수 증가세로 전환돼 제조업체들의 수출부진을 그나마 메워준 점은 긍정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구재와 소비재 소비가 함께 늘어 전체적으로 보면 합리적"고 말했다. 경제 거품우려=실물이 뒷받침되지 않은 소비증가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선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나경제연구소 곽영찬 연구위원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설비투자 등 생산적 부문보다는 소비나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어 경제성장의 질저하와 거품 형성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근 서울대교수는 "미래의 생산성을 받쳐줄 투자가 수출보다 더 부진한데 생산성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소비로는 당장은 별 문제가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작년 11.7%에 달했지만 올 1.4분기엔 7.2%로 둔화됐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