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까지 삼성전자의 총 매출에서 반도체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48%에 달했다. 한마디로 주력 분야인 반도체 가격의 폭락은 곧바로 삼성전자 전체의 수익성 악화를 의미했다. 실제로 96년부터 반도체 현물가격은 75%까지 폭락했다.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인한 경영악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가격변동이 심한 D램 부분에 대한 추가 투자를 자제하고 수익성이 낮은 소비재 제품을 중심으로 일단의 사업분야를 정리했다. 그 대신 향후 빠른 성장과 높은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이동통신 단말기, 디스플레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이러한 결과로 96년 삼성전자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가전(50%), 반도체(40%) 두 분야에 절대적으로 집중돼 있던 것이 99년에 이르러서는 가전(28%), 반도체(35%), 이동통신 단말기(21%), 디스플레이(15%)를 중심으로 균형을 이루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안정적으로 수익구조를 가져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향후 이동통신 단말기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한 시장 선점이 가능했다. 현재도 삼성전자가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분야에 대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이러한 선별투자를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차세대 핵심 사업군에 대한 선별투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자관련 계열사, 더 나아가 삼성그룹 전체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기록한 TSR(연평균 총주주가치수익률) 36%는 아시아 전체 기업 중에서도 11위에 해당하는 높은 것이고 CVA(부가적 현금가치)도 97년에 비해 열 배 이상 개선됐다. 자산생산성(AP) 측면에서도 96년부터 99년까지 삼성그룹의 비전자부분 계열사들의 자산생산성이 0.48에서 0.54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삼성전자를 위시한 전자부문 관련 계열사들의 자산생산성은 0.75에서 1.35로 두 배 가까이 개선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에서 전자부분 8개 계열사들의 비중이 절대적임을 감안한다면 삼성전자의 이러한 변화는 그룹 전체의 자산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개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즉 삼성전자는 불필요한 사업부문에 대한 정리를 통해 전체 투자 규모는 줄이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핵심사업군에 대한 적극적 선별투자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 기록적인 2000년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가치 창출은 일과성 과제가 아니다. 2000년 말 성과는 우수했으나 아직 지속적인 해결과제가 있고 이는 올해의 성과에도 나타나고 있다. 향후 운영초점 사항은 크게 핵심 고수익 한계 사업의 비중을 조정하는 수익성 관리와 총투자 관리로 미루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