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고 3.4분기에는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성장률을 들여다보면 투자 생산 수출이 차례로 무너지고 민간소비와 서비스업으로 간신히 버텼음을 알 수 있다. 정부 기대대로 4.4분기 경기가 5%대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올해 3%대 성장도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올 연말은 그야말로 한국 경제의 중대기로인 셈이다. 정부는 올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경우 그동안 금기시해 왔던 적자재정을 포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검토할 계획이다. ◇ 소비.서비스로 버텼다 =2.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그나마 2.7%를 유지한 것은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덕이다.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2.9%, 서비스업은 3.8% 각각 늘어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그만큼 성장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과거 성장 동인(動因)이었던 제조업(2.2%) 설비투자(-10.8%) 상품수출(0.2%)은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실업률이 그나마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3.4%(7월)에 머물러 있지만 세계적인 감원 열풍이 한국에도 번질 경우 소비와 서비스로 버티는 경제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기업 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이 최근 기준치(100) 밑으로 떨어져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하다. ◇ 'L'자형 침체 가능성 =3.4분기 성장률은 2.4분기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통계흐름상 3.4분기는 조금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진념 부총리나 전철환 한은 총재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상반기 성장률이 3.2%였던 데다 3.4분기 성장률이 2%에 그친다면 4.4분기에 5%대를 회복하더라도 올해 전체 성장률은 4%선을 넘기기 어렵게 된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성장률이 3.9%에 그칠 것으로 보고 연간성장률을 3.6%로 낮춰 잡았다. 연구원은 미국의 정보기술 (IT) 부문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년 상반기 성장도 3.8%수준에 그치고 하반기에 가야 5.7%로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기호전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늦춰 잡은 것이다. ◇ 대책은 있나 =진념 부총리는 올 성장률 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더 낮춘 3%대로 보고 있다. 이는 "3%대 성장이 유지된다면 구조조정과 체력강화가 최우선"이라는 진 부총리의 발언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경우엔 비상대책이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3%선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그 이상이면 기존 정책기조 유지, 그 밑이면 추가적인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적자재정이나 한은 차입 등을 통한 재정확대책을 의미한다. 진 부총리는 "시속 1백㎞로 달리다 30㎞로 낮아지면 엄청난 정체감을 느낀다"고 최근 경제상황을 비유했다.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제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이란 새로운 '3저(低)' 시대에 경제주체들이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