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칼리 피오리나(47) 휴렛팩커드(HP) 회장이 천군만마의 원군을 얻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20일 HP 이사진이 피오리나 회장에게 1백%의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HP 이사들은 이날 "피오리나 회장의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일부의 비판과 사퇴 압력에 굴하지 말고 끝까지 개혁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올들어 회사실적이 크게 나빠지고 있지만 피오리나 회장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경기가 좋았을 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피오리나 회장을 두둔했다. 최근 피오리나 회장은 경영실적 악화로 중도하차설까지 나올 정도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여성 기업인,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화려한 명성들의 빛도 바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사진의 전폭적인 지지 선언으로 피오리나 회장은 위기 탈출의 대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2년 전인 1999년 7월 루슨트테크놀러지스의 글로벌사업부문 사장이던 피오리나는 연봉 1억달러에 HP의 신임 CEO 겸 사장으로 전격 발탁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거대기업의 총수 경험이 없는 40대의 젊은 여성이 연매출 5백억달러,종업원 12만여명의 다국적 기업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CEO 취임후 1년간은 잘 나갔다. 구조개혁과 함께 미 경제의 장기 호황에 힘입어 매출과 순익이 늘면서 작년 9월에는 회장직까지 접수했다. HP의 사장-CEO-회장의 3대 타이틀을 모두 석권,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여성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세계 경기 불황이 가시화된 작년말을 기점으로 회사의 매출과 순익이 줄고 대대적인 감원이 이어지면서 그의 능력에 의문이 깃들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HP의 기업회계연도 3분기(5~7월)에 순익이 95%나 급감하자 일부 언론과 사내에서 조기 퇴진론이 불거져 나왔다. 이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중도 퇴진설은 일단 주춤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실적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으면 '미국 재계의 신데렐라' 피오리나 회장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