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財政)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8개월이 넘게 표류하고 있다. 국가채무 상환,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나라 살림의 중요한 내용들을 담은 재정3법(재정건전화법.기금관리기본법.예산회계법)을 놓고 여야는 그동안 14차례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일괄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올해 추경안을 이달말로 예정된 임시국회 회기내에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추경 편성의 세부 조건들을 규정한 재정건전화법은 회기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자칫 "일은 저질러놓고 법률은 나중에 만드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정3법이 이처럼 장기 표류하고 있는 것은 재정건전화법을 둘러싼 여야간의 정치적 대립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견해 차이가 심하지 않은 다른 2개의 법률안도 덩달아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재정건전화법=기획예산처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채무관리위원회"를 설치,나라 빚을 줄여 나간다는 게 골자다. 여야는 국가채무의 정의 조항을 규정할지 여부와 특별교부세.양여금 집행 결과의 국회 통보 여부 등에 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가채무와 관련,민주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고 있는 직접채무만을 대상으로 하자는 입장인데 비해 한나라당은 국가가 보증을 선 공적자금 등 보증채무(채무보증)도 포함하자고 맞서고 있다. 기금관리기본법="공공기금은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다"는 현행법 조항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금의 주식 투자를 금지한 조항을 삭제.수정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내년도 대선을 의식해 "증시 부양용"으로 법률을 개정하려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금이 주식 투자에 동원될 경우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미뤄지면 기금 운용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가 상충돼 법률 개정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산회계법=예산에 대한 국회의 심사권을 강화하자는 데는 여야가 동의했다. 그러나 법률안의 세부 항목에서 몇가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산 결산서의 국회 제출 시기를 놓고 민주당은 다음 회계연도 개시 1백50일 전,한나라당은 1백80일 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회계법은 그 내용이 대부분 절차적인 사항들이어서 재정건전화법만 통과되면 함께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