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경제우등생 대만이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2.3%)으로 돌아서는 등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있다. 하지만 대만 경제를 견인해온 신주(新竹)단지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다. 오히려 인근 추난(竹南)등지로 확장공사가 진행중이다. 타이베이시에서 70km 남쪽에 위치한 신주단지관리국의 천밍황(陳銘煌)박사는 "기존 기업이 감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속에서도 현재 20여개사가 입주를 기다리는 등 입주신청이 계속 늘어 공간이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주단지 덕분에 97년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했던 외환위기도 대만을 비껴갔다"며 "세계 정보기술(IT)불황으로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단지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대만의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주역이라는 긍지와 무관치 않다. 신주단지에는 3백5개(6월말 기준)의 첨단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만 경제를 먹여살려온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산업의 대표주자들이 몰려 있다. 대만 반도체 매출의 80%가 이 곳에서 나온다. 신주단지에서 만든 모니터 마우스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0∼40%에 달한다. 신주단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2백98억달러. 1980년 첨단산업단지로 선택되기 전만해도 조그만 시골도시였던 이곳을 국부 창출의 장으로 탈바꿈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신주단지 관리국의 저우산이(周山一) 부국장은 "산·학·연 협력이라는 튼튼한 뿌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주단지내에 있는 칭화(淸華)대의 60개 실험실중 28개가 반도체 관련 연구를 한다. 신주단지가 대만의 성장엔진으로 크는 데는 국립공업기술원(ITRI)의 역할도 컸다. ITRI에서 개발한 기술을 소개하는 전시관에는 반도체에서부터 정밀기기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대만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ITRI 출신들이 신주단지에 세운 창업기업만 TSMC 등 36개사. ITRI의 우사오전(吳紹楨) 경리는 "협력프로그램과 창업보육센터로 구성된 개방형 실험실을 통해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주단지 성장에는 해외 화교인력이라는 촉매제가 있었다. 4천여명의 해외파가 신주단지로 옮겨왔고 이들이 창업한 기업만도 1백20여개사에 이른다. 대만은 신주단지를 모델로 타이난(臺南)단지를 조성하는 등 첨단단지 확산에 나서고 있다. 타이베이(臺北)에 위치한 난강(南港)에서는 논밭을 뒤엎고 소프트웨어 단지를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신주단지를 비롯한 첨단 산업단지들이 IT 불황에 직면한 대만 경제를 제궤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타이베이=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