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경제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주변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분석했다. 트리뷴 18일자는 중국의 이같은 독주가 지난 아시아 경제위기 때처럼 주변국의난관 타개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성장세를 깎아 먹는 방식이라는 점이 특히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둔 중국의 성장세 지속이 수입 증가로 이어져 결국 노동 단가를 높이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시각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음은 트리뷴 보도를 간추린 것이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동아시아국으로 유일하게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역내 다른나라들이 침체에서 헤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독주를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 지난 97-98년 아시아위기 때와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당시는 위기국의 회생을 지원하는 성격이었으나 지금은 그나마의 성장 가능성을 깎아 먹으면서 이들의 주요 경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경제 견인차 역할이 약화되고 일본도 10여년의 장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독주함으로써 국제 자본이 속속 이 나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쿄 소재 컨설팅 회사인 오매 어소시에이츠의 오매 겐이치 사장은 "단기적으로볼 때 중국의 급부상이 아시아국들에 지난 97-98년의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시아 위기 때는 국제 자본이 빠져나갔으나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WTO 각료회담 때 관측대로 WTO 정회원국이 되면 올해도 7%로 예상되는 강한 성장세와 세계 최대 인구로 뒷받침되는 막강한내수 시장의 파괴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 생산 설비를옮기는 해외 기업들과 이 나라에 투입되는 외국 자본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 들어온 외국직접투자는 근 두배나 증가해 현재 3천5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대만, 홍콩, 일본, 싱가포르는 물론 미국과 유럽으로 가려던 자본들도 중국으로 속속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매는 "중국 경제가 역동력을 급속히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다른 지역은 준비가 돼있지 않으니 자연 이렇게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전자부문에서 그간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및 한국이 강세를 유지했으나 중국에 의해빠르게 잠식되고 있다면서 "일본, 싱가포르 및 대만은 지난 아시아 위기 때 받은 충격보다 이번이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미.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기업협의회의 에른스트 보어 회장도 "90년대 초반만해도 동아시아에 대한 외국직접투자의 30% 가량만 중국으로 갔으나 이제는 상황이반전됐다"면서 "현재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설비도 속속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소재 아즈텍 어드밴스드파워 시스템은 공장 2개소를 중국과 필리핀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최소한 1천명이일자리를 잃게 됐다. 고성능 집적회로 메이커인 온 세미컨덕터도 말레이시아에서 가동해온 3개 공장을 내년초까지 중국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지난 95년부터시추안성에서 가동해온 공장에서 "세계적 수준"의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어는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에 자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최근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나 촉구했다. 대만도 중국 본토의 급부상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 지난 20년간 컴퓨터 하드웨어 부문에서 세계 3위를 고수했으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에 밀린 것이다. 중국이 255억달러를 기록해 230억달러의 대만을 제쳤기 때문이다. 타이베이 소재 세계 3위 퍼스컴 메이커인 에이서의 스탠 시 회장은 "대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생산 쪽에 초점을 맞춘 정보통신(IT) 전략을 디자인과 서비스 쪽으로 비중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력을 상실하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신속하게 변하지 않으면 중국에 빠르게 먹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부총리도 "저가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이 시급하다"면서 "무역 패턴이 달라지고 생산 설비가 (중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아직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눈에 보일만한 타격을 입고는 있지 않으나 일부 품목이 원가가 싼 중국으로 설비가 옮겨져 역수입되는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급부상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리 부총리는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자연 수입도 증가하게 마련이라면서 이것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투자와 교역 기회를 늘리는 효과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중국의 임금과 아마도 환율을 상승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와 수출경쟁력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