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회사들이 코스닥시장 불황등으로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외국기업 투자에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주로 외국의 벤처캐피털이나 외국기업들과 공동 투자펀드를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던 한국의 벤처캐피털들의 최근들어 "나홀로 투자"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소극적인 "해외시장 탐색" 단계를 넘어 외국에서 직접 투자로 "대박사냥"에 나서는 벤처캐피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KTB네트워크(대표 백기웅)는 지난달에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 출신인 김정윤 박사가 설립한 광통신장비개발업체 노베라옵틱스사에 2백만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노베리옵틱스사는 지난해말께 레드포인트 등 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1억달러 상당의 투자를 이미 받았을 만큼 성장가능성을 인정받는 업체.미국 중국 일본 등의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하는 KTB네크워크 김승일 부장은 "특히 일본 현지법인 쪽에서 조만간 1~2개 정도의 신규 투자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은캐피탈(대표 김재실)도 지난달 실리콘밸리에 있는 네트워크 장비용 반도체칩 트랜스왑 네트웍스에 25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해외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제휴를 맺은 일본의 스미토모상사와 덴마크 투자청과도 함께 해당 지역의 업체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산은캐피탈 김철영 홍보부장은 "중국 청화대 벤처센터와의 제휴 등으로 중국투자를 모색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하에 해외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한기술투자(대표 이인규)도 지난달말 지분 36%를 갖고 있는 입체영상 솔루션 업체 언아더월드(대표 성필문)가 미국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 상장기업인 체크메이트의 경영권을 인수하는데 종잣돈을 댔다. 언아더월드는 무한기술투자로부터 3백50만달러를 투자받아 체크메이트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무한기술투자는 양사를 오는 9~10월께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언아더월드를 AMEX에 상장시켜 큰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의 인공위성 발사업체 APSC(대표 권호균)에 이미 지난 97년10월부터 지난해말까지 모두 1천2백40만달러(지분 7.2%)를 투자해놓은 TG벤처(대표 이정식)도 대박꿈에 부풀어있다. APSC가 지난 6월 호주 정부로부터 약 7백억원의 무상지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오는 2003년 하반기에 첫 인공위성을 발사할 APSC가 그 이듬해쯤에 나스닥에 상장되면 천문학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TG벤처 조정현 대리는 말했다. 이같은 해외직접 투자열기는 코스닥 주식시장의 침체와 주식매각 제한제도인 "록-업"으로 올 상반기 실적이 나빠진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보다 해외 업체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무한기술투자 김재윤 심사역은 "한국 투자시장은 포화상태에 가까워 좋은 투자업체를 발굴하기 힘든 반면 아직 IT(정보기술)분야가 몇 년 뒤져 있는 중국과 일본 등엔 미발굴 업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서학수 마일스톤벤처투자 대표는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해외 기업을 발굴해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려는 벤처캐피털들의 열기는 올 하반기에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