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를 깨고 전날보다 13.5원이나 폭락, 장중 한때 1천275원으로 내려앉으면서 달러 약세 현상을 보였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돼 가뜩이나 좋지 않은 수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외환시장 개장초 환율이 폭락하자 재경부 관계자는 "특정 통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시장에 구두개입을 단행, 폭락사태는 일단 저지됐다. ◆환율 왜 폭락했나 환율은 전날보다 13.5원이 폭락, 1천275원까지 내려앉으며 지난 4일에 이어 다시 폭락 현상을 보였다.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1천300원대 초반을 유지했던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로 인해 지난 3일에도 한때 1천282원을 기록, 4개월 보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약세 분위기로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데다 미국내에서도 '강한 달러'에 대한 비판론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강세는 상대적으로 미국의 경기가 일본이나 유럽보다 좋았기 때문에 형성됐지만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달러 강세가 좋은 것만이 아닌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내에서 일고 있는 '강한 달러' 비판론은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미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수출 증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적정 규모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호응을 얻고 있다. ◆달러 약세의 파장 수출이 당장 힘들어진다. 1천300원에 팔 수 있던 것을 1천275원에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은 이미 경쟁이 심화돼 있는데다 기술개발로 가격 인상여지가 줄어들고 있어 기업들은 수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무역 분야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3년간에 걸쳐 수출의 경우 22억 1천만달러가 줄고 수입은 79억 달러가 늘어 101억1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제품이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환율이 1천400원대는 돼야 한다"면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통틀어 적정환율은 1천300원대 이상이 돼야 수출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전망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많고 앞으로 달러가 더 유입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5일 현재 사상 최고치를 경신, 977억5천900만 달러에 이르고 있어 조만간 1천억 달러를 돌파해 세계 5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반기중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59억달러에 기업들의 외자 유치 규모도 최대 8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담배인삼공사의 주식예탁증서(DR) 10억 달러, 현대투신 매각 10억달러,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SK텔레콤 지분매각 30억-40억 달러 등이다. 이미 지난 6월에는 한국통신(22억4천만 달러), 하이닉스반도체(12억5천만 달러), LG전자(11억달러)의 외자유치가 성사돼 달러가 들어와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급락은 저지될지라도 당분간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달러가 계속 들어올 경우 1천270원대의 환율을 지지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기자 tsy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