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시장이 "달러하락"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하루 사이에 달러가치가 2%나 급락하는 등 달러약세 기조가 심상치 않다. 원래 달러값은 이달말 쯤에나 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20엔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달러약세 기조가 급부상, 국제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 달러약세 상황과 원인 =지금의 달러당 1백19엔의 달러가치는 올들어 강(强)달러 바람이 가장 세게 불었던 지난 4월초의 1백26.75엔에 비해 약 7엔(5%)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또 한달전 유로당 0.82달러에 육박했던 때와 비하면 유로화에 대해서는 10% 이상 낮은 상태다. 그러나 현재의 달러시세를 놓고 '약한 달러'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올초의 달러당 1백15엔, 유로당 0.95달러에 비하면 아직은 달러저(低)나 엔고(高)는 아니다. 최근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기대와는 달리 미 경제의 하반기 회복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일본과 유럽경제도 미국이상으로 나쁜 것은 사실이나 잔뜩 기대했던 하반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자 실망감으로 달러값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달러약세 상황은 지난 3월 미국증시의 주가폭락때와 비슷하다. 나스닥주가가 올들어 처음으로 2,000선 아래로 폭락하던 당시 호재는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악재만 부각됐었다. 요즘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소매판매호조, 산업생산감소추세 둔화 등 달러상승 재료가 더러 나오고 있지만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달러급락 경고, 미 연준리(FRB)의 경기둔화지속 평가 등 악재들만 부각돼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 언제 얼마까지 내려갈까 =외환전문가들은 달러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미 경제의 회복조짐이 보일때까진 달러가 강세로 반전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미 경제연구소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칼 와인버그는 앞으로 한달 정도는 달러하락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9월말까지는 미 경제 회복을 알리는 조짐들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이 말은 곧 달러가치가 4.4분기(10~12월)에는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달러하락요인들이 상승요인들보다 많다. 미 경기회복 지연, 일본기업들의 해외자본 본국 송금 등이 대표적인 달러약세 재료다. 앞으로 한달가량 달러약세가 이어진다 해도 달러값이 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10엔 밑으로, 유로화에 대해선 유로당 1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미 경제도 나쁘지만 일본과 유럽경제 역시 미국이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정부가 급격한 달러약세(엔화 강세)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달러회복(엔화 하락)을 노린 시장개입(달러매입.엔화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달러 폭락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말까진 달러가 1백18~1백23엔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달러의 단기 바닥권을 엔화에 대해 달러당 1백15엔, 유로화에 대해 유로당 0.95달러로 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