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PI시대,PC여 안녕" 미국은 지금 개인용 컴퓨터(PC)시대를 뒤로하고 이른바 'PI(Personal Information-개인정보)'시대의 준비에 한창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IBM 오라클 등 대형 회사들은 물론 소프트웨어업체들도 PI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4년 뒤인 오는 2005년쯤이면 PI시대가 본격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PC와 PI의 차이는 한마디로 정보를 어디에 보관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PC나 랩톱 사용자들은 컴퓨터 본체 안에 정보를 쌓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 이용한다. 때문에 항상 랩톱을 휴대하거나 사무실이나 가정에 있는 PC를 통해서만 개인적인 업무를 볼 수 있다. PI는 정보를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아닌 인터넷 온라인상에 저장해 두는 시스템. 따라서 컴퓨터는 물론 TV 게임기 무선전화기등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라도 온라인상에 있는 자신의 정보를 꺼내 작업을 하고 다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 있는 '가상 데스크톱'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굳이 PC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PI시대가 열리면 IT(정보통신)산업은 물론 실생활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델과 컴팩같은 기존의 컴퓨터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추세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PI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네트라버스의 CEO인 제임스 커틴은 "PI는 이제 첫단계이지만 조만간 사람들을 PC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며 "기존의 PC들은 대부분 고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PI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사생활 보호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의 정보가 자기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가 아닌 온라인상에 저장되는 데에 따른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시키느냐가 PI시대를 얼마나 앞당길수 있느냐의 핵심과제다. PI시대의 사생활보호문제는 '산업화의 필연적 결과인 공해'처럼 생각하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오라클의 무선부문 대표인 데이스 래히는 "PC 안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침대 속에 돈을 넣어두는 것과 같다"며 오히려 PI가 정보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온라인상에 저장된 정보는 잃어버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선호될 것이란 주장이다.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PI시대가 열리는 데는 적어도 5~10년 걸릴 것"이라며 "PI시대가 개막되면 세상은 콘텐츠 중심(contents-centric)사회로 빠르게 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