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닷컴 몰락의 여파로 작년말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던 벤처 투자가 되살아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벤처캐피털(VC)의 투자는 1백17억달러로 2년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분기별 투자로 최대 수준에 달했던 지난해 3.4분기(2백85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4분기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벤처리포터(www.venturereporter.net)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의 벤처투자금액은 약 30억달러로 1.4분기와 엇비슷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변화의 조짐이 드러난다. 지난 1년간 투자를 기피했던 VC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PCB)는 노우나우란 이벤트 관리 솔루션 회사에,소스원벤처스는 광통신부품회사인 베이넷 옵틱스에 투자했다. 또 위트 사운드뷰 벤처스 등은 핸드폰 음성으로 회사 전산망에 접속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소라(www.xora.com)에 7백만달러를,블룸버그캐피털 등은 물류 아웃소싱 회사인 케이스스택(www.casestack.com)에 3백50만달러를 투자했다. 벤처기업가들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VC의 문을 두드리거나 변호사와 홍보대행사를 찾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법률회사인 시들리 오스틴 브라운 앤 우드의 백선우 변호사는 "한동안 뜸하던 벤처기업인들의 발길이 요즘 부쩍 잦아졌다"고 전했다. VC들의 부실투자 정리는 이제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아 나서고 있다. 닷컴 거품이 꺼진 뒤 신규 창업자들이 보다 수익성 있는 사업계획서를 내놓은 것도 벤처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 VC업계의 저명인사인 KPCB의 존 도어 씨는 최근 "신경제에 대한 기대가 9개월전에는 지나치게 높았고 지금은 지나치게 낮다"면서 "지금은 정상궤도로 다가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건수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