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장 철강제품 가격이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수입규제로 판매처를 잃은 각국의 철강제품들이 동남아시장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원가 이하의 덤핑 판매가 속출하는 등 시장이 극도의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90년 초 운임포함가격(CNF) 기준으로 t당 560달러선에 거래됐던 냉연강판은 지난 2.4분기엔 330달러선으로 떨어졌으며 8월 들어서는 280달러선도 유지하기가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철 관계자는 "일회성으로 상품이 거래되는 일부 스팟 마켓에서는 CNF 기준 냉연강판 가격이 원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t당 220달러까지 추락했다"면서 "t당 220달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포철의 주요 제품인 열연코일도 작년 6월에는 본선인도가격(FOB) 기준으로 t당273달러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190달러대를 유지하기도 급급한 상황이다. 포철 관계자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의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Krakatau)가 발주한 2만t 규모의 열연코일 입찰에서 신일본제철이 포철 가격 보다 8달러가 낮은 t당 196달러에 물량을 잡아갔다"면서 "신일철을 필두로 한 일본 제철소들이 공격적인마케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덤핑 경쟁으로 일부 단타성 거래에서는 열연코일 가격이 t당 180달러 이하로 떨어졌으며 추가적인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동남아 철강시황이 이같이 극도의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미국 경기침체로 현지에 진출한 컴팩, IBM, 히타치 등 수요업계가 감산에 나서고 있는데다 4.4분기 비수기를 앞두고 판매처를 잃은 각국 철강업계가 동남아시장에서 출혈경쟁을벌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철강 전문가들은 "유례가 없는 원가 이하의 판매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동남아를 주요 수출시장으로 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섭기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