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불황 국면에 놓인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경제가 마침내 성장 정체로 치닫고 유럽 경제의 내리막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대만 수출 급감,일본 경제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 등 동아시아의 불황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영국중앙은행은 8일 경기보고서에서 "세계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도 이날 미 경제성장이 사실상 멈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말 미국 경제회복-내년 상반기 유럽 및 아시아경기 회복'전망은 무력해졌다. ◇제로성장의 미국 경제=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내놓은 경제보고서(베이지북)에서 경제상황을 올들어 가장 어둡게 평가했다. 제조업계의 불황이 사무실임대 운송시장 소비 등 다른 부문으로 확산돼 지난 6~7월에 전체 경제가 성장 정체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로써 2·4분기(4~6월)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2·4분기 경기바닥론'은 무색해졌다. 미 경제가 회복이 아닌 악화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지표에서 확인된다. 상무부는 이날 지난 6월 도매판매가 0.9% 줄었다고 발표했다. 5월(0.5% 감소)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건설부문의 힘도 더 빠졌다. 6월 건설비가 0.7% 감소,이 역시 전달(0.2% 감소)보다 상태가 더 악화됐다. 그나마 소비지출이 아직까지 늘고 있어 경제가 마이너스성장에 빠지진 않고 있다. 그러나 소비지출도 언제라도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조금씩 오르던 소비자신뢰도가 7월에 급감,실제 소비지출이 줄어들 날도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가속도 붙은 유럽 경기둔화=지난 6월 독일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줄었고 감소율은 0.9%로 전달보다 커졌다. 작년에 3%를 기록한 성장률은 올해 당초 예상치(2%)에도 못미치는 1.4%에 그칠 것으로 독일 경제연구소들이 최근 수정 전망했다. 영국은 지난 2·4분기 제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 기간의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3%로 2년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중앙은행은 이날 연초에 2.5%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2%로 하향조정했다. ◇불황 공포에 떠는 아시아=일본의 산업생산과 소비,기업 경기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1·4분기에 마이너스0.8% 성장을 기록한 일본 경제는 2·4분기에 최대 마이너스1.2% 성장률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4분기 성장률은 오는 9월7일 발표된다. 대만에서는 전체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출이 급감,불황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7월 수출이 97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4% 감소,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마이너스성장권에 빠져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