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키로 한 것은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반영하고 있다. 6월 산업생산이 32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7월 수출이 5개월째 감소세를지속하는 등 실물경기에서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부진으로 인해 7월 산업생산 역시 안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통위는 콜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조절대출금리도 4.5%에서 4.25%로 인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화답했다. 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은 8일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정책만으로 어렵고통화정책이 따라와줘야한다"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달에 이어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금리인하에 반대한 금통위원들은 우리경제가 대외여건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일본의 경기회복이 전제되지 않으면 금리를 인하해도 도움이 안되며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돌입하면서 금리생활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고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인플레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그래도 5%대를 웃돌면서 목표관리선을 벗어나있는 물가가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금리에도 불구, 돈이 금융권에만 고이는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금통위는 그러나 콜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다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지는 시차를 두고 기다려봐야 한다는 주장이 결국 득세했다. 인하에 찬성한 위원들은 미국이 지난 1월부터 6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지만아직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조급해하지말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금리인하 이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은행권이 여수신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자금이 투신 등 제2금융권으로 쏠렸고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여력을 확대하는 자금의 선순환으로 하반기 기업자금조달이 원활해졌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물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경기침체로 수요부문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아 금리를 내리더라도 물가에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가격상승도 저금리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수급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며 소형평형 아파트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상승한 측면이 크다고 한은은 봤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금리인하가 물가를 위협하거나 부동산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명확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 결정으로 콜금리는 사상최저수준을 다시 경신하고 은행권의 여수신금리 인하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통화정책 수단을 헛되이 사용한 것인지, 경기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할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지만 이번 금리인하로 금리생활자의 어려움은 배가될 것이분명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