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인하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조세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던 차에 한나라당이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폭넓은 세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감세는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감세정책 논란과 관련,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감세보다는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며 이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감세와 재정정책은 선택의 문제는 아니지만 내수 촉진을 위해 감세정책을 쓸 경우 위험성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결국에는 어느 정도의 감세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재정만으로는 경기활성화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하반기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세율 인하의 대상과 폭을 살펴본다. ◇ 세수여력 내에서만 세율 인하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은 진념 경제팀에겐 일종의 '족쇄'다. 모든 재정.조세정책에는 이 목표가 대전제로 잡혀 있다. 2003년에 균형재정 즉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재정 지출도 확대할 수 있고 감세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는게 현 경제팀의 일관된 입장이다. 세율 인하의 대상과 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세율인하 문제는 올해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얼마나 더 걷히는지를 보고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금이 1조원 정도 더 걷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 5천억∼8천억원 정도 세금이 덜 걷힐 만큼 세율을 내려주겠다는 얘기다. 이들은 이미 세목별로 세율 인하시 세수가 얼마나 줄어들지 분석까지 끝마친 상태다. 재경부 분석에 따르면 세율 1%포인트 인하시 법인세는 7천5백억원,소득세는 6천억원, 양도세는 1백60억원이 덜 걷힌다는 계산이다. 세율인하 여부를 결정할 때 정부가 또 하나 고려하는 것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비과세.감면 축소가 얼마나 성공할지 여부다.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면 그만큼 세금이 더 들어온다. 따라서 비과세 감면제도를 많이 없앨수록 세율인하 대상과 폭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올해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7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액이 모두 집계되는 이달 하순에나 가능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보다 1조원 정도는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귀띔했다. ◇ 양도소득세 인하 가능성 높아 =그동안 세율인하 문제에 대해 극도의 입조심을 했던 정부 당국자들이 양도소득세 인하 필요성을 부쩍 자주 거론하고 있다.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양도세 쪽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그쪽(양도세) 세율을 낮춰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입장 정리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율인하 가능성이 다음으로 높은 세목은 근로소득세다. 정부는 이미 중산.서민층 세부담 경감을 올해 세제개편 방향으로 천명했다. 중산.서민층 세부담 경감 방안으로는 근로소득 공제를 확대하는 것과 세율 자체를 인하하는 방안이 모두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소비세와 상속·증여세는 손대지 않는다는 방침도 거의 굳혀졌다. 특별소비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세율을 인하한다면 기본 세율을 인하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는 포괄주의 도입 등을 통해 오히려 과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법인세율은 유동적이다. 해외 주요국의 세율인하 추이를 봐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게 정부 입장이지만 그것이 올해 가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