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를 시장에 맡겨라" 한국 정부가 하이닉스 반도체에 추가로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면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8일 주장했다. AWSJ는 이날 사설에서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이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궁극적으로 국가경제 성장을 지체시킬 뿐만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경력에 흠집을 내고 세계 산업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자유무역정신을 위협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하이닉스 반도체는 전체 한국 수출액 가운데 4%가량을 차지하고 있기때문에 한국 정부는 하이닉스의 몰락에 따른 실업률 상승과 은행의 손실을 막기 위해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AWSJ는 그러나 정부의 구제안이 결국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초부터 강력히 추진해왔던 재벌 개혁을 후퇴시키고 심지어 개혁 이행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추가적인 정부 지원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저해하는 등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AWSJ는 정부지원 문제는 중국의 WTO가입 협상에 있어서도 난제 중 하나였음을 상기시켰다. AWSJ는 특히 경쟁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 한국정부에 불만의 목소리를 전달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AWSJ는 이밖에 지난주 한나라당이 정부의 하이닉스에 대한 지원방침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서는 등 하이닉스에 대한 구제금융지원 문제는 차기 대선에서도 김대중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WSJ는 심지어 세계 반도체 업계가 가격 하락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하이닉스 반도체와 관련된 주변 상황이 최악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시장의 원리를 역행하면서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면 한국경제는 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운명을 시장의 판결에 맡겨놓을 경우 국민들은 안도감을 얻는 동시에 개혁에 대해 신뢰를 보낼 것이라면서 오랜기간 한국경제를 옭아매왔던 재벌 신화를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