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장기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수출.투자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핵심 부문에서 연일 경고음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중국의 한국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첨단 산업에서마저 양국간 격차가 급속히 축소되는 추세다. 당장의 경기활성화 못지 않게 구조조정의 고삐를 당겨 국내 투자 및 무역, 산업환경을 재구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 악화되는 교역조건 =한국의 교역조건은 2년째 악화일로다. 교역조건 지수는 지난 99년 2.4분기 83.9에서 올 2.4분기 67.0으로 추락했다. 교역조건은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량을 나타낸다. 작년엔 원유값 등 수입단가가 많이 올라 교역조건이 나빠졌지만 올들어선 반도체 등 수출단가 하락이 주 요인. 2.4분기중 수입단가가 4.8% 하락한 반면 수출단가는 13.9%나 떨어졌다. 컴퓨터주변기기(-41.8%) 정보통신기기(-26.9%) 등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들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단가 하락폭은 4.6%에 그쳤다. ◇ 줄어드는 외국인 투자 =값싼 기업매물이 사라진 데다 투자여건도 중국 등 경쟁상대에 비해 별반 나을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조사에서도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빈발하는 노사 불안과 갈등,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의 상존, 전반적인 경영 및 생활환경의 열악 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분야로 몰리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부품.소재분야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전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계획인 반면 올들어 외국인 투자의 현주소는 서비스업 투자가 전체의 71.5%를 차지할 정도로 전체 산업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 무섭게 추격해 오는 중국 =중국의 경쟁력 강화는 우수 기술을 가진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 원천이 있다. 조사대상 8개분야 가운데 화학제품을 제외한 반도체 의약 컴퓨터 정보통신 일반기계 전기기계 정밀기기 등 7개분야에서 중국이 일본과의 경쟁력 격차를 줄인 것은 일본 기업의 현지 생산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이 일본과의 경쟁력 격차를 줄이는 속도보다 중국이 추격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중국의 추격이 지금은 정밀기계 전기기계 일반기계 등에 머물고 있지만 일본 첨단산업의 생산시설 중국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반도체 정보통신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IT 제품도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용근 산자부 산업정책과장은 "중국이 한국보다 일본과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빠르게 좁히고 있다"며 "이는 결국 한국 경쟁력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형규.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