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시장은 모바일 통신기기와 함께 DT(Display Technology) 분야의 최대 승부처다. 세계적 시장전문조사기관인 미국의 SRI는 올해 5백70억달러 규모의 세계 TV시장은 연평균 12%씩 성장해 2010년에는 1천6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일 제품시장으로는 사상 최고 금액이다. 디지털TV가 전자업체의 부흥기를 예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유럽시장에서 내년까지 디지털 TV의 보급률은 영국의 경우 총 가구의 19%, 스웨덴 28%, 프랑스 1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2010년까지 2백조원 이상의 디지털TV 관련 장비의 생산기반이 마련되고 1천5백4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정보통신부는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TV 시장의 파괴력은 흑백방송이 컬러방송으로 전환된 지난 80년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컬러방송이 시작된 80년 삼성전자의 TV 국내판매액은 2백95억원으로 79년 33억8천만원보다 무려 8.7배 증가했다. 81년에는 8백25억원을 기록했다. 단 2년만에 TV판매액수가 24배 뛴 것이다. 디지털 방송의 경우 TV판매 외에 DVD 디지털 VTR 디지털캠코더 셋톱박스 등 연계 상품으로 파급효과가 확산될 것을 감안하면 IT경기 침체로 고전중인 전자산업 전체가 제2도약의 기회를 맞는 셈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미국에서만 2006년까지 총 2천1백억달러의 디지털TV 관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디지털TV의 파괴력은 단순 영상오락장치에서 벗어나 양방향 멀티미디어기능을 갖춘 첨단 정보기기라는 점에서 나온다. 디지털TV는 위성과 케이블은 물론 DVD 컴퓨터 등 각종 기기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교환,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고 전자상거래 등 부가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게임이나 전자우편 수신도 가능하다. TV를 보다 출연자가 입고 있는 옷에 대한 정보를 곧바로 찾아볼 수 있고 TV를 통해 주문도 할 수 있다. 사실상 홈네트워크의 중추기기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부가가치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TV 시장을 놓고 세계 각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마쓰시타 전자와 히타치, 도시바는 디지털TV 공동표준 개발을 위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했다. 특히 도시바는 향후 디지털TV의 가격하락에 대비,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키로 했다. 미국의 티보TV와 리플레이 등 주변기기 제조업체들도 디지털 녹화기능을 갖춘 셋톱박스를 개발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TV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세계 각국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디지털 전송규격을 확정,발표했다. 캐나다는 이보다 훨씬 앞선 97년, 대만과 아르헨티나도 98년에 지상파 디지털 TV규격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유인경 전무(디지털 TV사업팀장)는 "디지털 TV는 엔터테인먼트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정 정보기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