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은 깨지고 삼성차는 르노에 매각됐지만 삼성이 '빅딜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삼성은 총수의 사재(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 출연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주장이지만 채권단과 시민단체들은 아직도 고삐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바로 어제(6일) 삼성차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에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관련 질의'라는 한쪽짜리 공문을 보냈다. "삼성차 부채처리 문제가 시한을 넘기면서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채권단은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구상권 행사 등 실질적인 채권회수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상장 계열사들이 부채를 떠안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이 회장과 친인척, 비상장 계열사들이 나서라는 것이다. 말이 될듯도 하고 곰곰이 따져보면 말이 안될듯도 한 주장이지만 어떻든 문제는 아직 진행형임이 분명하다. 삼성은 지난 99년 8월 채권단과의 합의를 통해 '2000년말까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되 처분금액이 삼성차 부채(2조4천5백억원)에 미달할 경우 삼성 계열사들이 채권은행의 자본출자 또는 후순위채 매입을 통해 부족분을 보전한다'고 약속했었다. 시한은 지났고 삼성생명 주식은 상장되지도, 처분되지도 않았다. 당초 70만원으로 책정된 주식 가치도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삼성은 '당시의 합의는 강박에 의한 것이므로 원인 무효'라는 법 논리를 굽히지 않고있다. 도의적 문제와 법적 책임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는 삼성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참여연대 스스로도 삼성전자가 삼성차 부채를 떠안아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삼성전자 위법행위 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가 이를 취하하는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생명 상장문제다. 이헌재 위원장은 지난 99년 당시 삼성생명 상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상장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상장 방법부터 새로 심사하도록 하고 공청회를 열어 이 문제를 대중의 판단에 넘김으로써 생명상장 이슈를 미궁으로 몰아가버리고 말았다. 생명상장을 허용했다는 명분은 세우되 '계약자 몫' 문제를 연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책임을 회피하는 절묘한 출구를 연 셈이다. 책임을 회피하기는 이헌재씨의 후임인 이용근 위원장도 마찬가지였고 그 다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고위 당국자 누구도 이 문제를 풀려하지 않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