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한국은행은 콜금리 목표를 4.75%로 0.25%포인트 인하 조정했다. 최근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콜금리 인하로 과연 경기가 회복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서대로라면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금리경로 주가경로 환율경로 등을 통해 소비와 투자 수출을 증대시켜 경기회복에 도움이 돼야 한다. 먼저 금리경로를 살펴보자. 콜금리가 인하되면 금융회사들이 콜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해 여타 단기 금융자산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단기 시장금리가 하락한다. 이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면 금리 재정거래를 통해 장기 시장금리도 떨어지게 된다. 이를 반영해 지난달 콜금리 인하 이후 3개월짜리 CP(기업어음)금리는 5.7% 수준에서 지난 4일 현재 5.26%로,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6.0% 수준에서 5.42%로 하락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금융회사는 자금 조달 비용과 운용수익률이 그만큼 낮아지므로 그에 맞춰 여수신금리를 내리게 된다. 콜금리 인하 직후 대부분의 은행들이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를 0.1~0.3%포인트 인하했으며 최근 일부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있다. 아울러 여신금리도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락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각종 금리의 하락은 가계의 저축유인을 낮춰 소비를 증대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춤으로써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게 하는 등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콜금리 조정이 소비 투자 등 실물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콜금리 인하의 효과가 실물 경제활동에 파급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주가경로는 콜금리 인하로 전반적인 금리수준이 하락하면 기업의 수익성 개선 및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이로 인하여 부(富)의 효과 및 투자자금 조달코스트 저하를 통해 소비와 투자활동이 활발해지는 메커니즘을 뜻한다. 환율경로는 국내 금리수준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해외로 자본이 이동함에 따라 원화 가치가 절하됨으로써 수출증가 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이 미국 등 세계 경제 회복에 달려 있다는 인식에 따라 우리나라의 주가는 국내 금리 수준보다는 미국 주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환율도 상대적 고금리를 겨냥한 자본이동보다는 일본 엔화 및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출입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주가경로와 환율경로는 크게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항상 원론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올해 들어 여섯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2.75%포인트 인하했으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해외경제여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콜금리 인하 이후 금리경로를 통하여 시장금리 및 금융회사 여수신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상황이 더욱 완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소비 투자활동이 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콜금리 인하효과 여부를 너무 성급하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윤면식 < 韓銀 정책기획국 선임조사역 msyoon@bo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