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은 하루 빨리 원천기술을 확보해 양산 위주의 조립구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DT(Display Technology) 분야도 마찬가지지요" LG전자 디지털 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인 박명호 상무는 "한국의 DT산업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하지만 기초 기술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기업이 시장 초기에 선행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PDP(벽걸이) TV의 특소세가 이달부터 대폭 인하되긴 했지만 이미 제품이 시장에 나온지 1년이 지났다"며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특별소비세 같은 목적세가 없어 시장이 우리보다 빨리 형성되기도 하지만 시장 초기에 정부가 적극적인 기술개발 지원을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때 산학연이 공동으로 참여합니다. PDP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 역사가 30년을 넘고 있지요" 그는 우리나라 전자 부품 소재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것도 일본이 시장초기에 제품개발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RT 부품 국산화율을 보면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절반이상으로 높아지면서 90%를 넘게 됐습니다. 성장성 있는 제품은 시장을 빨리 키워야 하고 산학연간 유기적인 협조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는 50% 정도의 부품 국산화를 이룬 PDP도 시장이 커지면 국내 중소업체들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 부품 국산화율도 높아지게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CRT(브라운관)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분야는 다행이 국내 업체의 '모험적인 투자'로 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기술개발에 뒤질 경우 자칫 경제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NEC 후지쓰 마쓰시타 등 PDP 핵심 기술을 가진 일본 기업들이 아직은 적극적인 로열티 협상을 시작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 저변이 확대되면 본격화될 것입니다" 박 소장은 "일본업체들이 CRT와 TFT-LCD 분야에서 한국에 추월당한 뼈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까다롭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크로스 라이선스(상호 특허권 사용) 협약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험난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서처럼 대만업체들이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대규모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업체들이 본격적인 설비 가동에 들어가면 반도체와 같이 가격급락으로 이어져 채산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