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해는 지고 갈길은 멀고..." 7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 진념 경제팀의 처지이다.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자니 효과적인 대책도 마땅찮고 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붙이자니 실물경제가 우는 식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쪽'(구조조정)으로만 치달았던 물줄기를 '다른쪽'(경기부양)으로 돌리겠다고 것이 진 부총리의 생각이지만 세계경제가 도미노식의 불황으로 빠지는 터여서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진념 부총리는 6일 민주당 최고위원 간담회에 참석, 경기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건질만한 뼈다귀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 경제팀의 지난 1년은 '구조조정과 경기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는 형국이었다. '현실론자'로 분류되는 진 부총리는 세계 경제 여건의 악화로 내심 경기활성화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떨쳐버릴 수 없어 좌고우면하고 있다. 전임 이헌재 장관과 강봉균 장관이 강력히 밀어붙였던 구조조정이 일부 실패했고 그 짐은 고스란히 진 부총리의 몫으로 떨어졌다. '빅딜'로 탄생한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경기악화와 맞물리면서 시한폭탄으로 전락했다.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서울은행 등도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그러다보니 구조조정이나 경기활성화 어느쪽도 제대로 풀지 못했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이 더디다는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경기 역시 악화일로를 치달아 34년만에 처음 수출이 20% 감소할 만큼 침체돼 있다. 전임 경제팀은 정보기술(IT) 붐 등 경기호황 덕분으로 한쪽(구조조정)에만 전념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진 부총리는 세계경기가 침체로 돌아서고 '한고비 넘기면 다른 고비가 찾아오는 식'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 빠져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