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여신거래특별약정을 만든 것은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틀을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동안에도 개별은행이 문제가 생긴 기업과 개별적으로 약정을 맺은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개별약정은 기업의 경영상 문제점을 사전감지하고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근 대주주의 감자(減資.자본금줄임) 동의를 내놓았으나 막판 의견대립으로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던 현대석유화학이 대표적인 사례중의 하나다. 결국 대주주의 동의를 받아내 일단락됐지만 이와 유사한 일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은행권이 공동 약정을 마련한 것은 바로 이같은 개별약정의 허점을 막고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키 위해서다. ◇ 대주주의 책임 명확화 =이번 특별약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대목이다. 특별약정은 기업 및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대주주 특수관계인을 체결대상에 포함했다. 회사 경영을 좌우하는 실질적인 소유자에게도 부실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기 위한 조치다. 채권단은 해당 기업이 특별약정을 이행치 않아 추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 대주주및 특별관계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감자및 주식처분, 제3자매각 등의 조치도 채권단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못박았다. ◇ 어떻게 운용하나 =특약은 크게 두가지로 구성돼 있다. 주채권은행이 독자적으로 맺는 경우와 채권단이 공동체결하는 경우다. 채권규모가 작아 주채권은행이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좀더 완화된 약정 내용이 담긴다. 반면 채권규모가 크고 관련금융회사들이 많은 기업의 경우에는 채권단(채권은행자율협의회)과 공동으로 특별약정을 맺어야 한다. 특약체결은 이달부터 본격화된다. 우선 현재 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대상기업 1천5백44개사가 1차 대상이다. 은행들은 이들 기업에 대한 평가결과 퇴출대상은 아니지만 채권단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 C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약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은행권뿐 아니라 증권 보험등 2금융권까지 포함시켜야 하는 기업에는 현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준하는 기업구조조정협약이 적용될 예정이다. ◇ 문제점은 없나 =약정은 결국 채권단과 해당기업과의 협의에 의해 맺게 된다. 따라서 약정내용에 대한 양측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정체결이후 채권단이 기업에 대해 신규 자금 대출등 원활한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서 자구 이행만 요구할 경우 대상기업은 반발할 수 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권단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약정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에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특별약정은 여신회수가 주목적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 제고 등 경영정상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