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뿐만 아니라 기업체도 `전기와의 전쟁'중이다. 경기불황 장기화로 비용절감이 절실해진 탓에 집단휴가 또는 조업스케줄 조정을 통해 전기요금을 절약하는가 하면, 24시간 가동되는 장치사업장의 경우 순간정전 피해가 워낙 커 여름철 피크타임에 대비한 전기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사용량이 많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가 또는 보수기간 일정한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주는 내용의 `휴가.보수기간 조정 요금제도'를 이용하겠다고 한국전력에 신청한 건수가 올해 2천663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약정건수 1천871건(실제 이행건수 986건)의 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처럼 휴가.보수기간 조정 요금제도 이용이 늘어난데는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이 감산차원에서 집단휴무에 돌입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이 지정하는 일정시간대에 전력사용을 줄일 경우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자율요금 제도' 약정건수도 작년(646건)보다 늘어난 706건을 기록했다. 24시간 가동되는 장치사업장은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몇차례 낙뢰사고로 적잖은 피해를 봤기 때문에 여름철 전략사용량 급증에 대비한 전기사고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전압강하 등의 전기사고가 불량품 발생과 칩 수율하락을 초래하는 만큼 전기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있다. 95년부터 무정전사고 기록을 세운 삼성전자[05930] 기흥반도체 공장은 최근 전기설비를 특별점검하는 한편 다음달부터 전기관리 요원 100명을 동원, 들쥐의 전기설비 침입을 막는 `쥐와의 전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0.2∼0.3초의 전압강하 사고로도 수백억원의 피해가 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반도체공장의 경우 전기관리는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사활을 걸고 전기관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전과 전력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사용량을 줄이면 요금을 할인해 주는 자율절전 요금제도 약정을 맺은 포항제철의 경우 올해 이 약정을 통해 전기요금을 17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자율적 절전운동을 펼치는 기업들도 부쩍 많아졌다. LG전자는 올들어 생산현장의 조명기구를 100w에서 64w의 절전형으로 교체, 연간 36%의 전기료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으며 각 사무실마다 점심시간전 등과 옥외광고판 소등, 냉.난방 온도 조절도 자율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생산공정중 발생한 폐수를 정화하여 재활용하는 절수운동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삼성코닝도 생산공정에 쓰이는 온수의 온도를 80도에서 65도로 낮추는 방식으로 연간 1억원 정도를 절약하고 건물내 형광등 일부를 소등하는 등의 절전 캠페인을 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