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감경기가 지난 3월이후 6개월만에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업종별 매출액기준 6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동향조사한 결과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는 90.2로 나타났다고 2일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3월(BSI:102.4)부터 시작된 기업체감경기의 호조세는 8월들어 큰 폭의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또한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지수 100을 상회하고 있던 실적BSI도 7월 들어 88.9를 기록하여 실제로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관측되었다. 계절조정전망BSI(92.5) 및 실적BSI(88.6)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 실질적인 기업들의 제반 경영환경은 크게 나빠졌다고 판단된다. 지난 2월 BSI(전망치)는 83.0이었다. 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0이상이면 금월의 경기가 전월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그렇지 않다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경련은 기업체감경기가 이처럼 급락한 이유는 첫째, IT산업의 불황을 필두로 시작된 세계경제의 침체국면이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경제는 지표상으로는 소비심리가 안정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개인소비가 2/4분기 2.1%의 증가율로 4년만에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업설비투자 역시 2/4분기 13.6%의 감소세를 보임으로써 8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미국경제의 2/4분기 GDP성장율은 지난 93년 1/4분기(0.1%)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IT산업의 경우 전통적 경기사이클개념보다는 기술주기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미정부의 감세조치와 연방준비위원회(FRB)의 금리인하조치가 IT산업의 과잉중복투자를 해결하고 신규투자를 유도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미국경제의 핵심인 IT산업의 침체는 국내 IT산업의 불황으로 이어져 산업전반의 체감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정보통신산업 8월 전망BSI: 78.0, 정보통신산업의 BSI표본구성비율: 11.8%). 조사결과 실제로 상당수 기업들은 정보통신산업의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산업전반의 경기회복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경련은 대내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체감경기 부진이유로 분석했다. 4대 부실 대기업.금융기관(하이닉스, 대우자동차, 대한생명, 서울은행)의 처리문제는 아직도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8월에 만기도래하는 5조원 가량의 회사채문제에 대한 우려가 기업들의 향후 경기전망의 불투명성을 가중시켜 방어적 경영체제를 유도하고 있다. 결국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러한 대내외 악재는 지난 3월 이후 기업심리의 호전세를 7월에 둔화세로 반전시켰으며 8월에 는 본격적인 경기침체의 시그널을 나타내게 했다고 관측된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종합경기전망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90.5, 비제조업이 89.3을 기록하여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비제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업규모가 클수록 경기전망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부문을 보면 경공업이 93.5, 중화학공업이 88.8로 나타나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기업의 수가 상대적으로 중화학공업에서 많이 나타났다. 경공업은 음식료와 고무.플라스틱을 제외하고는 모두 8월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음식료의 경우 장마철이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휴가철이라는 계절적 특수가 작용하여 음료산업을 중심으로 전월에 이어 체감경기의 호조세를 이어나갔다(음식료BSI: 108.9). 나무.목재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가 호전되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건설관련 업계들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경기가 호전될 전망이다(나무.목재BSI:110.0). 반면 섬유의 경우 본격적인 계절적 비수기를 맞이하고 있는데다 주요 수출국인 미.일의 경기부진, 특히 국내외 섬유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섬유BSI: 66.7). 화섬업계는 국내공급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구조조정 및 수출판로의 다변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펄프.종이의 경우 국제적인 펄프가의 하향안정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7.8월이 계절적 비수기인데다가 신문사 세무조사여파, 내수부진에 따른 업계 경쟁심화의 지속 등으로 7월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았다(펄프, 종이 및 종이제품 BSI: 91.3). 가죽.가방.신발의 경우 8월들어 관련산업이 계절적비수기에 진입하였다는 점과 주요 수출국인 미국시장의 침체로 8월 전망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가죽, 가방 및 신발BSI: 85.7). 중화학공업은 자동차 및 트레일러(113.5), 조선(150.0)을 중심으로한 기타운송장비(127.3)의 경기호조세가 뚜렷이 나타나는 반면 여타 중화학관련 산업들의 8월경기전망은 모두 악화될 전망이다. 자동차의 경우 본격적인 하계 휴가시즌의 도래, 지속되는 미국시장에서의 '불황특수', 품질개선노력 등의 영향으로 8월에도 경기전망의 호조세가 계속될 것으로 나타났다(자동차.트레일러BSI: 113.5). 기타운송장비의 경우 조선업계의 활황세로 8월 전망을 밝게 가져갔다(기타운송장비BSI: 127.3). 조선의 경우 이미 확보한 물량이 2001년도 하반기에 집중되어 종합조선경기는 최상의 상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조선BSI: 150.0). 반면 화합물.화학제품의 경우 기초원료인 나프타값의 상승과 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수요마저 부진해 8월 경기전망이 비관적이다(화합물 및 화학제품BSI: 86.5). 정유산업 역시 국제 제품가격의 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수요의 감소영향으로 부진세를 겪을 전망이다(정유BSI: 75.0). 특징적인 점은 정유의 7월 내수실적BSI가 지수 0을 기록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7월초 등.경유 세율인상으로 인한 6월말 가수요의 발생, 경기부진으로 인한 수요부족 등이 작용하여 조사대상기업 모두 6월대비 7월실적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비금속광물의 경우 시멘트관련업계가 여름철 비수기에 진입하여 8월 경기전망이 어둡게 나타났다. 또한 유리관련업계의 경우 대.내외 유리시장의 수요부족현상이 나타나면서 판매가격의 인하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비금속광물BSI: 92.0). 기타전기기계.전기변환장치의 경우 수요정체 등으로 인한 내수시장의 침체, 노사관계의 불안정으로 인한 공장가동률의 저하 등을 이유로 8월 경기전망을 어둡게 내다봤다(기타 전기기계.전기변환장치BSI: 75.0). 1차금속의 경우 철강업계가 미국의 철강수입 규제정책,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하락, 장마등의 요인에 의한 수요부진 등의 악재가 관련기업들의 경기전망에 악영향을 미쳤다(일차금속BSI: 84.2, 철강BSI: 68.4). 기타기계.장비의 경우 농가경제의 위축과 정부지원예산의 축소, 계절적 비수기등의 이유로 농기계관련업체들을 중심으로 경기악화를 전망했다(기타기계 및 장비BSI: 80.0). 업계는 농기계구입자금에 대한 예산책정의 합리화 등 농가경제활성화 정책을 요구했다. 정보통신산업의 영상.음향.통신장비의 경우 일부 업체들의 중국 CDMA사업 수주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의 IT산업 부진과 반도체가격의 하락, 주요 PC업체의 유통재고물량 압박으로 8월 경기전망이 비관적으로 나타났다(8월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BSI: 70.0). 컴퓨터.주변기기의 경우 역시 IT산업의 위축으로 인한 PC수요위축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컴퓨터 및 그 주변기기BSI: 71.4). 정보통신 서비스업의 경우 해외통신사업자의 진입이 지속되고 있고 통신사업자간 과당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보통신 서비스업BSI: 90.9). 결국 제조업의 경우 IT산업을 위시로 전반적인 체감경기의 악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조선.자동차 등의 전통 제조산업의 경기활황이 국내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 상대적으로 호전이 예상되던 비제조업 역시 8월 경기전망이 매우 비관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건설의 경우 부동산관련 세제혜택과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등에 힘입어 관련업체들의 호조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업계의 과당경쟁이 심각하고 관급공사의 침체지속등으로 전월대비 보합수준의 경기전망을 내놓았다(건설BSI: 100). 업계는 부실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SOC사업에의 민간자본 참여유도, 지방건설활성화 정책을 적극 건의했다. 운수업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8월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운수업BSI: 70.0). 최근 호조세를 보이던 유통은 계절적으로 휴가철에 진입하고 7월 세일로 인한 소비자들의 구매물량 기확보로 7월 대비 8월 매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였다(유통BSI: 91.7). 전력 및 가스의 경우 가스업계는 하절기 난방수요 감소 및 판매단가의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전력의 경우, 하절기 전력성수기에 진입함에 따른 경기호전전망을 제시했다. 전력 및 가스의 종합경기는 가스업체의 표본수가 많아 8월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집계되었다(전력 및 가스BSI: 80.0).8월 내수BSI(96.3) 및 수출BSI(96.4)은 공히 지수 100미만을 기록함으로써 전월에 비해 부진세를 겪을 전망이다. 지난 1월(75.2)을 저점으로 호전추세가 지속되면서 4개월 연속 지수 110을 상회하던 내수실적BSI도 7월 95.6을 기록, 내수판매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별로는 비제조업의 내수전망 및 실적BSI가 모두 지수100을 상회하고 있음에 반해 제조업의 경우에는 모두 100미만을 기록함으로써 내수의 산업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의 경우 7월 실적BSI가 90.8?기록하였으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기업들의 내수부진이 더욱 심한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의 경우 정부의 주택경기활성화 대책등으로 인해 내수부문에서의 큰 호조세가 전망된다(건설내수BSI: 125.0). 수출BSI 역시 96.4로 지수 100 미만을 기록함으로써 8월 기업들의 수출은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수출실적BSI는 89.5를 기록하여 과반수 이상의 업체들이 실제로 심각한 수출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로 산업자원부의 잠정집계에 의하면 7월 들어 25일까지의 수출실적은 전년동월 대비 무려 18.3%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최근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자동차의 8월 수출전망BSI가 모두 120을 상회함에 따라 향후 관련업계의 수출전망이 매우 밝다. 특이한 점은 세계적인 IT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산업의 수출BSI가 영상.음향.통신기기를 중심으로 전망BSI가 지수110.2를 기록하였다는 점이다. 업계조사결과 7월의 수출실적이 매우 저조했던 점에 대한 심리적 반등, 중국CDMA 시장에 대한 기대감, 8월 컴퓨터 교체수요의 증가예상, 엔화약세국면의 진정 등이 IT산업의 침체국면에도 불구하고 수출전망을 밝게 보는 주요한 요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기업의 투자전망(BSI: 95.2)은 지수 100미만을 기록, 8월 투자규모의 축소가 전망된다. 7월 투자실적BSI 역시 95.4를 기록, 실제로 기업들이 투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규모를 고려한 가중투자실적 및 예상BSI는 각각 87.3과 89.6을 기록, 지수상으로만 판단할 때 대기업들의 투자축소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내외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불투명한 경기전망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이 감량경영에 나서면서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의 6월 설비투자감소율은 전년동월 대비 2.9% 줄어 5월의 -5.3%보다 감소폭이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는 경기순환국면에서의 핵심적인 전환점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정부는 가능한 여러 수단을 총동원해서 급랭한 투자마인드를 제고해야만 할 것으로 판단된다. 8월 기업의 자금전망은 107.8을 기록, 지난 3월(108.2) 이후 지수 100이상을 연속 달성중이다. 특히 자금실적BSI가 4월(100.4) 이후 4개월 연속 지수 100을 상회하여 실제로 자금사정이 조금씩 개선되는 국면이다. 그러나 이는 향후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이 지속됨과 동시에 하반기 자금시장의 악화전망에 따른 현금흐름(cash flow)중심의 경영방침이 고착화되면서 투자계획이 축소되어 자금수요자체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실질적인 자금수급 사정을 설명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재고BSI는 전망 111.5, 실적 114.8을 기록, 올들어 7월까지의 실적 및 전망BSI의 하락추세가 반전되었다. 지표상으로만 판단할 때 이는 기업들의 재고조정율보다 판매감소율이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수축국면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고수준이 다시 증가함은 향후 경기회복시점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섬유부문(129.2)은 근래들어 지속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주고 있다. 고질적인 국내 화섬업계의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매출감소가 지속되고 있어 재고량 적체문제가 8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었다. 정보통신산업(116.9)의 경우에도 침체국면이 지속되면서 8월 재고과잉을 전망했다. 고용사정(BSI: 100.9)은 전반적으로 지수 100을 기준으로 보합상태를 보여 8월 고용동향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중고용BSI의 경우 지수 92.8를 기록, 대기업에 대한 고용전망이 8월에 다소 악화될 전망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의 경우 103.8을 기록하여 7월 대비 고용사정이 다소 호전될 전망이다. 반면 비제조업의 경우 지수 93.3으로 전월 대비 고용사정은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이후 지수 100이상의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던 채산성BSI는 97.8을 기록하여 8월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이는 기업들의 생산량감소 및 내수 및 수출판매량의 감소로 출하물량이 감소되는데다가 교역조건의 악화 및 과당경쟁에서 오는 판매단가의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