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감소가 당초 우려보다 더욱 심각하다. 3.4분기엔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 비중이 70%를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전도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특히 성장 잠재력을 지탱해 주는 설비투자용 자본재 수입이 5개월째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 주력 상품 및 시장의 동반 몰락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은 반도체 및 컴퓨터의 전세계적인 수요 부진과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등 3대 수출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전체 수출의 23.5%(지난해 기준)를 떠맡아온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지난달(7월)에만 각각 63%와 37%씩 감소, 수출 호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7월 24억달러에서 올 7월 9억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컴퓨터는 12억달러에서 7억5천만달러로 감소했다. 여기에다 미국 일본 EU 아세안 등 주력 시장이 모두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수출 감소율이 최저 11.9%에서 최고 26.1%에 달했다. 대중국 수출조차 7월에는 정체 상태를 나타냈다. 우리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수출품과 수출시장이 모두 무너진 상황이어서 뾰족한 대책도 없다는게 정부의 솔직한 고백이다. 다만 산업자원부는 급락하던 수출 단가가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 불길한 수입 격감 =자본재 수입은 수출 및 설비투자 위축으로 기계류 통신기기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23.8%나 줄었다. 월별 감소율로 올들어 최고치다. 산자부는 특히 지난 4월 이후 가격 요인보다는 물량 도입 자체가 줄면서 수입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으로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된 데다 투자활동마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얘기다. 성장잠재력 약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터널의 끝이 안보인다 =산자부는 올해 수출은 3.4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8∼9월 수출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산자부는 최근 청와대에도 3.4분기 수출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독일 등 EU 경제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독일의 6월 산업신뢰지수가 89.5로 지난 96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 미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가 괜찮았던 EU마저 무너지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4.4분기부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 경기가 나아지고 반도체 수출 단가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또 석유화학 철강도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서 수출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미국 경기가 내년 이후에나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민간 연구기관도 많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지난 7월초 수정 전망한 1천7백30억달러 수출목표 달성은 물론 국내 경기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현재로선 세계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기다리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며 "미국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구조조정을 서두르면서 내수 부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