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져들 것인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90년대초 버블붕괴 이후 부실채권 누적, 금융시스템 불안정,경기침체, 재정적자 팽창 등의 후유증에서 10년동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금리의 하향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이 계속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한국이 일본식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한국과 일본의 위기상황은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비슷하다"며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닮은 꼴 보이는 한.일 경제상황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잃어버린 10년, 일본의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처리 지연, 정치 리더십의 약화, 관료의 보수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90조엔의 부실 채권을 정리했지만 아직도 64조엔의 부실 채권이 남아 있다. 한국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어느정도 부실을 줄였지만 현대 대우계열사 등의 추가 부실화나 한계기업 도산으로 인한 추가적인 금융부실 등 잠재 부실은 상당부분 남아 있는 상태다. 일본은 정치리더십의 부재와 정치인들의 부패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한국도 외환위기 초에 비해 정치 리더십이 약화됐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관료의 조직 이기주의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과 개혁을 방해하는 것도 양국 모두에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 한.일 경제위기, 차이는 없나 =권혁태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불안은 원인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제 위기는 '부동산 가격 하락→부실채권 발생→주가 하락→금융기관 경영파탄→기업도산'으로 연결되는 '자산디플레이션 주도형'이지만 한국은 '기업의 과다차입·수익성 악화→무역수지 적자 확대→기업 도산→부실채권 발생→금융기관 경영파탄'으로 연결되는 '기업도산 주도형'이라는 설명이다. ◇ 향후 대응방안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은 미.일 경제나 환율같은 외생변수에 크게 좌우되지 않도록 단기적으로는 환위험 관리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산가치의 급속한 상승이 물가상승을 부추기거나 금융부문 안정성과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혁태 교수는 "기업부문에 경제위기 원인이 있었던 것만큼 철저한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디플레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