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효과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론적으로 통화정책은 금리와 환율, 자산가격의 세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과 국민들의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이 낮아져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동시에 주가 상승과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가 수반돼 부(富)의 효과및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상황이 정반대 현상으로 바뀌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는 떨어지고 장기채 수익률은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교역 비중을 감안한 달러화의 실질실효가치는 오히려 절상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에 이상(異狀)이 생긴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전에는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에 미치는 영향의 40% 정도가 주가와 환율을 통해 나타났다. 최근에는 이 경로가 차단된 상태다. 중앙은행들이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를 더 풀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기업과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출도 갈수록 채권수익률에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익률은 정책금리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골드만삭스가 금리 주가 환율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거시경제 모형에서 도출된 가중치로 평균해 지수화한 금융사정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를 구해보면 경제 여건에 비해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차는 있지만 한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 금리인하 효과가 종전에 비해 약화되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런 점을 중시해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무력화(ineffectiveness)' 논쟁이 가열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